# 列國誌 184
# 列國誌 184
** 漢高祖 列傳 16
※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韓信
韓信은 陣稀가 오랑캐를 토벌하고 代州에 눌러 앉아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으로는 기뻐하여 형세를 보아 진희를 도울 방법을 찾아본다.
그런데, 陣稀의 소식을 듣자마자 유방이 陣稀를 치기 위해 40 萬의 대군을 이끌고 親征길에 나섰다는 게 아닌가 ?
한신은 비밀리에 사람을 놓아 兩軍의 대치상황을 알아 보니, 陣稀는 曲陽에 陣을 치고 유방은 한단에 陣을 쳐, 첨예하게 對峙중이라는 게 아닌가 ?
韓信은 그 소식을 듣고 탄식한다.
(陣稀가 長江을 앞에 두고 邯鄲에 陣을 쳤다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나, 그와 반대로 漢帝가 邯鄲에 陣을 치고, 陣稀가 曲陽에 陣을 치고 있다면, 진희가 불리하다.)
天文 地理와 변화무쌍한 모든 경우의 兵法에 있어 他의 추종을 불허하는 韓信은 兩軍이 대치하고 있는 장소만 보고서도 승부를 예측할 수 있었다.
초조한 韓信은 陣稀에게 밀서를 보낸다.
<漢帝가 지금 貴公을 정벌하려고 대군을 이끌고 그곳으로 갔지만 貴公은 漢帝와 싸우려 하지말고 都城으로 직접 쳐들어 오시오. 그렇게만 하면 내부에서 들고 일어나 漢나라를 일거에 뒤집어 엎을 수 있을 것이오.>
韓信은 밀서를 심복 부하인 胡祥에게 주면서 陣稀에게 급히 직접 傳하라고 하였다.
胡祥은 밀서를 품고 길을 가다가 또 다른 한신의 부하인 사공저를 우연히 만난다. 두 사람은 단짝 술친구라 사공저는 호상을 만나자마자
대뜸 酒幕으로 잡아 끌었다.
"이 사람아 !
오늘은 韓信 장군님의 급한 심부름을 가는 길이어서 안 되네..."
그러나 사공저는 胡祥이의 손을 잡아 이끌며,
"예끼 이 사람 ! 아무리 급한 심부름이기로 술 한 잔 마실 시간이야 없겠나 ? 꼭 한 잔만 하고 보내 줄 테니 어서 들어가세."
이리하여 두 사람은 마침내 길가 酒幕에서 술을 마시는데,
두 사람 모두가 마셨다 하면 斗酒不辭인 성격이라 일단 술잔을 입에 댄 이상 한 잔으로 끝날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주고 받던 한 잔 술이 급기야는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계속 마시고 말았다.
한편,
韓信은 胡祥을 陣稀에게 보낸 後, 또 다른 심부름을 시키려고 사공저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 도 사공저의 행방이 묘연하였는데,
또 다른 하인 하나가,
"사공저는 오늘 낮에 길가 酒幕에서 胡祥이와 함께 對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고 告하는 게 아닌가 ?
韓信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공저가 혹시 이 비밀을 알고, 胡祥이로부터 밀서를 빼앗아 내고자 계획적으로 술을 권한 것이 아닐까 ?)
韓信은 비밀이 탄로날까 싶어서 사공저가 돌아오기를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공저는 해가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韓信의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타들어갔다.
(만약 내가 陣稀와 내통하는 사실이 탄로나게 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닌가 ?)
한신은 마당으로 나와서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며 가슴을 죄고 있는데, 밤이 깊어서야 사공저가 돌아왔다. 그런데 사공저는 술이 만취해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
韓信은 화가 치밀어 올라 자신도 모르게 벼락같은 소리를 질렀다.
"이놈아 ! 아침에 나간 놈이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술이 떡이 되어 이제야 오느냐? ! "
사공저가 만약 술에 醉하지만 않았다면, 한신에게 감히 말대꾸조차 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고주망태가 되어 있어 그 누구도 두려울 게 없는 상태인지라 韓信에게 큰소리로 대든다."
"술을 좀 마시다가 늦었기로 왜 이렇게도 야단이시오?
내가 무슨 逆賊謨議라도 하다가 돌아왔단 말이오 ?"
말할 것도 없이 사공저는 취중에 되는대로 지껄여댄 말이었다.
그러나 한신은 '逆賊 謨議'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하였다. 사공저의 입에서 '逆賊 謨議'라는 말이 취중에 튀어나온 말이지만, 한신으로서는 자신의 비밀을 사공저가 모두 알고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고 만취한 그를 잡아놓고 따져 볼 수도 없어, 韓信은 하인을 불러 얼버무리는 수밖에 없었다.
"저놈이 술이 취해 미친 소리를 하고 있으니, 집으로 데려가 잠을 재우도록 하여라."
韓信은 그렇게 임시방편은 해놓았으나 內心으로는,
(저놈을 살려 두었다가는 큰일나겠구나. 오늘 밤 안으로 저놈을 처치해버려야겠다.)
하고 결심을 한다.
사공저를 집으로 보내고 내실로 들어오니, 아내인 蘇氏夫人이 나오며 걱정스럽게 묻는다.
"사공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한밤중에 그렇게 야단을 치셨습니까 ?"
韓信은 지금까지의 경위를 상세하게 얘기해 주고 나서,
"저놈을 살려 두었다가는 큰일이 나겠기로, 오늘 밤 안으로 아예 처치해 버려야 하겠소."
하고 말한다.
그러자 蘇氏 부인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죽여도 오늘 밤에는 일을 벌이지 마세요. 아무리 감쪽같이 처치해도 오늘 밤에 죽이면, 세상 사람들은 필시 당신을 의심할 것입니다."
韓信은 蘇氏夫人의 충고를 옳게 여겨, 사공저를 며칠 후에 처치하기로 마음을 다스린다.
그런데 그 일이 韓信의 운명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을까 ?
한편,
사공저는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깨어나니, 마누라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남편을 나무란다.
"어젯밤 당신이 韓信 장군께 술주정을 지나치게 했기 때문에 장군이 당신을 그냥 두지 않을거예요. 사람이 아무리 술에 醉했기로 그렇게 위, 아래를 몰라 보고 막말을 해도 되는거예요 ?"
사공저는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 하면서,
"내가 한신 장군께 술주정을 하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야 ? 나는 하나도 기억이 없는데..."
"아무리 취중이기로 한 장군에게 '逆賊 謨議'를 했느니 어쩌니 하고 마구 떠들어댔으니, 韓 장군이 당신을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지 않아요 ?"
"뭐라고 ? 내가 한 장군을 逆賊으로 몰아붙였다구 ? 내가 아무리 醉中이라도 그런 주정을 했을 리가 없을텐데..."
"뭐가 아니예요 ? 다른 사람들 모두가 당신이 그렇게 말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고 합디다. 그리고,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지금 벼슬이 떨어져서 지내는 분에게 '逆賊'이라니! 세상에 참 내!..
하여튼 이제는 당신이 크게 경을 치게 생겼으니 지금이라도 급히 손을 써 두세요. 그렇잖으면 당신은 韓 장군 손에 죽게 될지도 몰라요."
이에 사공저는 크게 당황하였다.
(그렇다면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않은가 ? 도망이라도 가야지...)
사공저는 부랴부랴 보따리를 싸들고 도망을 치려 하였으나
도망을 치면 어디로 갈 것이며, 또 도망을 치게 되면 처자식은 영영 못 만나게 될 게 아닌가 ?
사공저는 짐 보따리를 싸들고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옳지 ! 무턱대고 도망을 갈 게 아니라, 소하 승상께 부탁을 하여 한신 장군에게 용서를 빌도록 하자. 승상께서 중간에 나서 주시면, 韓信 장군인들 설마 나를 죽이려고 하지는 않겠지... ?)
사공저는 살기 위해 그런 방도를 써 보기로 한다.
다행히 승상댁에는 전에도 심부름을 다니던 일이 있었던터라, 부랴부랴 소하를 찾아갔다.
승상 소하는 사공저의 말을 듣고 내심 크게 놀랐다. 그렇지않아도 漢帝는 원정을 떠나며 丞相에게,
"내가 없는 사이에 韓信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그의 동태를 엄격히 감시하시오."
라는 특별 지시까지 내리지 않았던가 ?
簫何가 사공저에게 묻는다.
"아무리 취중이기로 네 입에서 '逆賊 謨議' 운운 한 것은 이만저만한 실언이 아니었구나. 그렇다면 네가 알기에, 평소부터 한신 장군한테 그럴만한 어떤 일이라도 있었던 게 아니냐 ?"
사공저는 머리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며 한동안 생각해 보다가 자기 변호를 위해 이렇게 대답하였다.
"특별히 의혹을 살 만한 일은 없었사옵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의혹을 살 만한 일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닌 것 같사옵니다."
"의혹을 살 만한 일이 전혀 없지는 않다니. 그건 무슨 소리냐 ?"
소하는 눈을 크게 뜨며 반문한다.
사공저는 내친김에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고백하는 수밖에 없었다.
"실은, 韓信 장군은 <胡祥>이란 심복 부하를 陣稀 장군에게 밀사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親征 길에 오르셨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폐하에게 반기를 든 陣稀에게 밀사를 보낸다는 것은 重大之事가 아니 겠습니까 ?"
사공저는 취중에 胡祥이로부터 들었던 말을 그대로 告해 버리고 말았다.
그 말을 들은 簫何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
(韓信이 陣稀에게 밀사를 보낼 정도라면,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부터 內通 해온 것이 확실하지 않은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