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64
# 列國誌 164
** 楚漢誌 86
※ 張良의 心理戰에 무너지는 楚軍
"아니, 저게 웬 퉁소 소린가?"
楚軍 병사들은 하나 둘, 하던 말을 멈추고 아득히 들려 오는 퉁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가슴을 파고드는 애절한 퉁소 소리였다.
모두들 숨을 죽이며 귀를 기울여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절로 흘러내리는 애절한 퉁소 소리였다.
퉁소 소리는 이를 듣는 楚軍 병사 들의 심금을 울리고 肝腸을 녹아내리게 하는 것이었다.
楚나라 병사들은 너 나 할 것없이 가슴을 메어오는 아픔을 달래며, 아득히 들려오는 퉁소 소리에 넋이 나간듯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윽고,
퉁소 가락에 맞추어 노래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데...
九月深秋兮
四野飛霜
(구월심추혜 사야비상)
구월의 가을은 깊어 들판에는 서리가 내리고
天高水涸兮
寒雁悲愴
(천고수후혜 한안비창)
하늘은 높고 물은 마르니 차가운 가을 기러기떼 슬피우네
崔高戌邊兮
日夜疆場
(최고술변혜 일야강장)
싸움은 그저 고달파 밤낮없이 괴로운데
披堅執銳兮
骨立沙岡
(피견집예혜 골입사강)
敵은 몰아쳐 오고 모래 언덕에는 백골만 서있네
難家十年兮
父母生別
(난가십년혜 부모생별)
고향을 떠난지
어느덧 십 여년,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妻子何堪兮
獨宿閨房
(처자하감혜 독숙규방)
처자식은 얼마나 외로울까?
홀로 자는 규방이여!
故山涸土兮
孰與之守
(고산수토혜 숙여지수)
메마른 고향땅 밭은
누가 가꾸며 누구와 더불어 지킬 것인가
隣家酒熱兮
誰與之嘗
(인가주열혜 수여지상)
이웃에도 술이 익었을텐데 누구와 더불어 마실까
白髮倚門兮
望穿秋月
(백발의문혜 망천추월)
백발의 부모님은 문간에 기대 서
가을 달만 바라보고
穉子啼飢兮
沮斷肝腸
(치자제기혜 저단간장)
어린 것은 배고파 우니 애간장이 끊어질 듯 하구나
胡馬嘶風兮
尙知戀土
(호마시풍혜 상지련토)
말도 바람소리에 울부짖으니
짐승도 고향이 그리워서일까?
人生客久兮
寧忘故鄕
(인생객구혜 영망고향)
나그네 인생길
어찌 고향을 잊을 손가!?..
구슬픈 노래소리는 옥퉁소 가락을 타고 끊어질 듯 이어지며 한없이 계속되자, 하염없이 듣고 있는 楚軍 兵士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말할 것도 없이 肺腑를 파고드는 哀切한 曲의 옥퉁소와, 가을 달밤 고향 생각에 만사를 잊게 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張良과 그가 선발한 목소리 좋은 부하들이었다.
이렇게 張良과 그의 부하들이 계명산을 오르내리며 옥퉁소를 불며 애잔한 노래를 이어가자, 그 여운은 萬鶴이 九天에서 흐느껴 우는 듯, 때로는 간장을 녹여내는 듯 병사들의 가슴 속을 후벼놓았다.
달빛은 밝고 바람은 찬데 퉁소 소리와 그 가락에 맞춰 부르는 노래소리는 楚軍 병사들의 五腸 六腑를 파고들어 고향 생각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병사가 없었다.
노랫소리에 눈물을 흘리던 楚軍 병사들은 이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탄식한다.
"天地 神明께서 우리를 살려 주시려고 神仙을 보내 퉁소를 불게 하심이 분명하지 않은가 ?"
"조만간 漢軍이 쳐들어 오면 제대로 먹지도 못한 우리가 어떻게 싸울 수가 있는가 ?"
"그러니 天地 神明께서 우리를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저렇듯 哀切한 가락을 들려 주시는 게 아닌가 ? 이제 우리가 이런 啓示를 무시하고 끝까지 싸움에 나서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마침 달이 밝아 고향으로 떠나기도 좋으니, 나는 이제 그만 軍營을 떠나 고향으로 가겠네."
몇몇 병사가 이런 말을 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 누군가가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좋은 생각일세. 우리가 도망가다 붙잡히기로, 漢王이 설마 우리를 죽이기야 하겠나 ?
그러니 더 이상 주저말고 모두들 고향으로 가세나! "
상황이 이렇게 되자 楚軍 兵士 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武器와 갑옷을 던져 버리고 총총히 고향 하늘이 보이는 쪽으로 떠나기 시작 한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그 數가 불어나 나중에는 10 여 명씩, 20 여 명씩, 공공연하게 떼를 지어 떠나가는 게 아닌가 ?
이렇게 밤이 三更에 이르렀을 때는, 그토록 충성심이 강했던 項羽의 親衛部隊 병사들 거의 모두가 고향을 향해 떠나가 버렸다.
季布와 鐘離昧 項佰등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하며 中軍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이미 때는 三更을 넘긴 시간으로, 항우는 우미인과 함께 깊은 잠에 빠졌는지 아무리 인기척을 해도 대답이 없었다.
項佰은 한숨을 쉬며 季布와 鐘離昧에게 묻는다.
"우리가 그토록 믿었던 親衛兵 들조차 모두 뿔뿔이 달아나 버려서 이제는 우리만 남게 되었소.
만약 漢나라 군사들이 이런 때 쳐들어 오게 되면 대왕은 포로가 되어도 생명을 건질 수가 있겠지만, 우리들은 죽음을 免하기 어려울 것이오. 그렇다면 우리도 군사들과 같이 멀리 떠났다가 후일에 다시 모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將軍들의 생각은 어떠시오 ?"
季布와 鐘離昧도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아닌게아니라, 모두가 여기서 함께 죽는 것은 그야말로 개죽음이오. 우리도 병사들 처럼 우선 이곳을 떴다가, 후일을 기약하기로 합시다."
이리하여 楚나라의 核心 지휘관 들 조차 자고 있는 항우를 그냥 둔 채, 제각기 짐을 꾸려 뿔뿔이 떠나기 시작한다.
項佰은 친구인 張良을 찾아 발길은 어느덧 漢軍 陣營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項佰은 자신이 漢王 劉邦과는 妻男 妹夫之間이므로 어쩌면 項羽를 대신하여 후일, 楚의 王后로 책봉될 수도 있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있음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周蘭과 환초는 떠나가는 동료들을 눈물로 비웃으며,
"命理에 눈이 어두워 義理를 배반하는 자는 개만도 못한 者들이다. 우리 두 사람은 大王과 끝까지 生死를 같이하면서 최후의 순간까지 楚나라를 지킬 것이다."
라고 말하며 남아 있는 군사 8백여 명을 규합하여 陣中을 지키고있었다.
이처럼 楚覇王 項羽는 이미 바람앞의 등불의 신세가 되어 버렸건만, 周蘭과 환초만은 끝까지 남아 있는데, 이들을 忠臣이라고 해야할지 우둔한 머저리 들 이라고해야할지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