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57
# 列國誌 157
** 楚漢誌 79
※ 百萬 大軍의 出征과 韓信의 計略
李寧이 彭城으로 돌아와 周殷과 吳舟를 만났던 경위를 소상하게 보고하니, 항우는 주은의 행위에 격노하여 "그렇다면 주은이를 먼저 치고, 유방은 그 다음에 상대하기로 합시다."
그러나 項佰이 諫한다.
"劉邦이 몰고 오는 百萬 大軍을 상대하기 전에 다른 곳에서 힘을 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항우는 그 말을 일리있다고 여겨 유방에 맞설 군사를 규합해 보니, 그런대로 50만에 달하는 것이었다.
한편,
韓信은 구리산 지형을 자세히 담은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그 지도를 앞에 놓고, 廣武君 李左車와 상의한다.
"구리산 계곡에서 싸운다면, 우리는 항우에게 승리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항우를 구리산 계곡으로 유인해 올 지 좋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 습니다. 선생께서 그 방도를 가르쳐 주소서."
이좌거가 대답한다.
"항우는 워낙 우직한 사람이므로 그를 속이기는 쉬울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의 막하에는 項佰이나 鐘離昧 같은 우수한 策士들이 있어서, 항우를 구리산 계곡으로 유인해 오기는 쉽지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항우를 구리산 계곡으로 유인해 올 방도가 전혀 없으시다는 말씀입니까 ? "
李左車는 머리를 숙이고, 한동안 생각하더니,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옵니다. 결국은 僞計를 쓰는 방법밖에 없겠습니다."
"어떤 위계를 쓰면 되겠습니까 ?"
한신은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다.
"項羽를 구리산 계곡으로 유인해 오려면, 楚軍이 믿을만한 우리측의 한 사람을 僞裝 投降시켜서, 항우를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항우는 고지식하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利害관계로 부추켜 놓으면 項羽는 반드시 구리산으로 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 매복해 있던 우리 軍이 공격을 하면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한신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과연 빼어난 묘계이십니다. 그러면 위장 투항할 사람은 누가 좋겠습니까 ?"
"글쎄올시다. 위장 투항이란 워낙 고도의 지능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적임자를 구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한신은 한참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며,
"매우 어려운 부탁이오나. 선생께서 몸소 그 일을 맡아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이처럼 막중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선생 외에는 없을 것 같사옵니다. 간곡히 부탁드리오니, 선생께서 몸소 나서 주시옵소서."
이좌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
"제가요 ...? "
"예, 그렇습니다. 선생 외 그 어떤 사람을 보낸다 하더라도 항우는 그 사람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생께서는 본래 趙나라 의 명망있던 大夫이셨으니, 선생이 그 임무를 맡으신다면 항우는 틀림없이 선생을 믿을 것이옵니다.
만약 선생의 수고로 楚를 征伐하여 천하를 통일할 수 있다면, 선생의 공로는 그 누구보다도 크실 것이옵니다."
이좌거는 그 말을 듣고 흔쾌히 웃으며 대답한다.
"좋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원수의 각별한 대우를 받아오면서 아무런 보답도 못했었는데, 이번 일로 그동안의 신세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내일이라도 떠날 것이니, 元帥께서는 구리산 계곡에 陣을 치고 기다려 주소서."
李左車는 다음날 길을 떠나 彭城에 도착하자, 우선 尙書令 項佰을 찾아갔다.
項佰은 李左車를 정중히 맞아 들이며 묻는다.
"선생은 본래 趙나라의 大夫이셨는데, 趙나라가 韓信에게 멸망한 뒤에는 그의 막하에 계시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오셨습니까 ?"
이좌거가 숙연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장군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저는 본시 趙나라 사람입니다. 그러나 趙王께서 나의 諫言을 듣지 아니하시고 陳餘의 속임수에 넘어가 漢나라와 싸우는 바람에 趙나라는 결국 亡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한신 장군의 그늘에서 寄食 하고 있었지만, 그곳은 제가 오래 머물러 있을 것이 못 된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은 한나라를 탈출하여 이곳 楚나라로 오게 된 것이옵니다."
항백은 '탈출'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며,
"탈출이라니요 ...? 한신의 그늘에서 이리로 도망쳐 오셨다는 말씀입니까 ?"
이좌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 사내 대장부가 남의 그늘에서 밥을 얻어 먹으며 지내자니 세상 만사가 비위에 거슬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라고
하면서 한숨조차 쉬는 것이었다.
그러자 項佰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다.
"선생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선생 같은 분이라면 韓信이 극진히 대우해 드렸을텐데, 무엇이 못마땅해 비위에 거슬렸다는 말씀입니까 ? "
"물론 한신 장군도 처음에는 저를 극진하게 대우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三劑王이 되고 난 後부터는 전에 볼 수없던 거드름을 피우며 저를 마치 자신의 家臣처럼 대하니, 자존심이 상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때마침 楚ㆍ漢戰이 곧 벌어질 것 같아 내 비록 재주는 없으나 楚覇王 폐하께 도움이 될 수있다고 생각되어 이곳으로 도망쳐 오게 된 것이옵니다."
項佰은 오랫동안 심사 숙고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선생에게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韓信은 권모 술수가 누구보다도 능한 사람입니다. 선생이 한신의 使嗾(사주)를 받고 위장 투항해 오신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선생의 말씀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소이까 ? "
그 말에 이좌거는 정색을 하며,
"그것은 커다란 오해이십니다. 나는 한 사람의 謨士일 뿐이지, 나 자신이 무기를 듣고 직접 전투를 하는 사람은 아니지않습니까?. 따라서 제가 어떤 말씀을 드리더라도 取捨選擇은 장군 께서 하실 일이 아니옵니까 ?"
"음, 그건 그렇지만 ...."
項佰이 끝까지 미덥지 않은 기색을 보이자, 이좌거는 개탄해 마지 않으며 독백처럼 중얼거린다.
(나는 楚覇王의 그릇을 크게 보고 이곳까지 왔건만, 이제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인 것을!... 그렇다면 이제 나는 누구를 찾아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 )
항백은 그 말을 듣자 자신의 불찰을 의식한 듯, 이좌거의 손을 굳게 붙잡으며,
"선생같은 분을 의심했던 것은 나의 큰 잘못이었습니다. 선생같은 분은 높이 받들어 모셔야 하는 법인데, 일시나마 의심했던 것을 용서하소서. 폐하께서는 선생같이 훌륭한 분이 스스로 찾아 오신 것을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내 집에서 술이나 같이 하시고, 내일 아침 일찍 입궐하여 폐하를 알현하도록 하십시다."
그리하여 이좌거는 이날 밤 융숭한 대접을 받고, 다음날 아침에 항우를 만나기로 하였다.
항우는 이좌거가 투항해 왔다는 말을 듣고 기뻐 어쩔 줄을 모른다.
"뭐요 ? 李左車가 투항해왔다고 ? 세상에 이런 慶事가 있나!? 그러잖아도 范增軍師 死後로 지금 내 주변에는 모사다운 모사가 한 사람도 없어서 지혜로운 사람이 몹시 아쉽던 판인데, 이좌거가 왔다니 즉시 모셔들이시오."
이좌거가 항백의 안내로 어전에 나오자, 항우는 반갑게 맞아들이며 말한다.
"나는 진작부터 廣武君을 무척 사모하고 있었소이다. 그러기에 진작부터 만나고 싶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찾아주셔서 이런 고마울 수가 없구려."
이좌거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신은 趙王의 버림을 받고 한신 장군을 찾아갔으나, 한신 장군도 저를 처음과 달리 중요하게 써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자결할 까도 생각했었는데, 폐하께서 보잘것없는 저를 이렇게 반갑게 맞아 주시니 무한 감격하옵니다."
"선생같이 훌륭하신 분이 그런 설움을 당하게 되신 것은, 趙王이나 韓信이 모두 知仁之鑑이 없었기 때문이오. 나는 선생을 잘 알고 있으니, 오늘부터는 내 곁에서 나를 도와주시기 바라오."
이리하여 위장 투항한 이좌거는 그날부터 항우가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謨士가 되었다.
한편,
한왕은 건곤 일척의 대결전을 눈앞에 두고 한신에게 물었다.
"우리가 항우와의 싸움에서 초전부터 승리를 하려면 智勇을 겸비한 장수가 선봉장이 되어야 할 것인데, 선봉장으로는 누구를 내세우는 게 좋겠소 ?"
한신이 대답한다.
"신이 趙나라에 머물러 있을 때, 智勇을 겸비한 장수를 찾던 중, 천만 다행히 두 사람의 驍將(효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두 사람을 이번 싸움에 선봉장으로 내세우면 초전부터 우리가 대승을 거둘 수 있겠사옵니다."
"오오, 그런 장수가 있다면 내가 직접 만나 보고 싶구려."
한신은 즉석에서 두 사람의 장수를 어전으로 불러 왔는데 두 사람은 하나같이 기골이 장대하고 위풍 당당한 모습이 첫눈에 보아도 걸출한 장수임이 틀림없었다.
한신은 그들을 한왕에게 소개한다.
"이쪽은 원요현 태생으로 이름을 '孔熙'라 하옵고, 이쪽은 비현 태생으로 이름은 '陳賀'라고 하옵니다. 두 사람 모두 智謨와 弓馬에 능한 백전 노장들이옵니다."
한왕은 그들을 만나보고 극히 흡족해 하면서 즉석에서,
"내 그대들의 출신 지방의 이름을 따서 공희 장군을 蓼侯(요후)에 封하고, 진하 장군은 費侯에 封하니 부디 선봉장이 되어 많은 공을 세워 주기 바라오."
하고 특별 官爵을 내려주었다.
이렇게 한왕과 한신의 협력으로 백만 대군의 출정 준비는 계혹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