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40
# 列國誌 140
** 楚漢誌 62
※ 돌아온 韓信
韓信이 즉석에서 대답한다.
"이제 각 고을에 격문을 보내 병력을 추가로 징발하여 열흘 쯤 후에는 반드시 성고성에 도착하도록 하겠사오니, 꼭 대왕전에 그 말씀을 전해 주소서."
韓信은 張良을 전송하고 난 後, 그날로 大殿에 올라 齊王으로의 즉위식을 성대하게 거행하였다.
韓信은 본래 생각이 깊은 장수였다. 그러나 蒯徹의 妖說에 현혹되어 齊王의 자리를 무리하게 요구한 것이었다. 漢王은 항우와의 결전을 앞두고 있던 터라 韓信을 齊王에 封해 주기는 하였으나, 心氣는 매우 불쾌하였다.
한편,
項羽는 韓信이 齊나라의 70여 城을 모조리 휩쓴 功勞로 齊王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다. 그리하여 項佰과 鐘離昧를 불러 탄식하며,
"나는 韓信이라는 者를 대단치 않게 보아왔었는데, 龍狙 장군을 꺾은 것을 보니 보통 놈이 아니오.
劉邦은 지금 榮陽城과 성고성에 대군을 주둔시켜 놓고 있는데, 韓信은 한신대로 齊나라에 버티고 있으니, 어느 쪽을 먼저 치는 것이 좋겠소 ?"
項佰이 대답한다.
"지금 우리 형편으로 두 곳에 戰場을 벌여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오니 지금이라도 韓信에게 說客을 보내 그를 우리 쪽으로 끌어오는 계략을 시도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
항우는 그 말을 듣고,
"韓信이 그동안 나에게 對해 온 것을 보면 결과가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구려. 허나 방법이 그 길 밖에 없다면 한 번 시도는 해보도록 하시오.
사신으로는 누구를 보내는 것이 좋겠소 ?"
鐘離昧가 대답한다.
"大夫 武涉이 辯說에 能하오니 그 사람을 보내는 것이 좋을듯 하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무섭을 불러 많은 비단과 禮物을 주어, 韓信을 설득해 보도록 臨淄로 파견한다.
武涉이 임치에 도착하여 韓信에게 면회를 요청하니, 한신은 코웃음을 치면서,
"武涉이는 소문난 辯論客이 아닌가 ? 그가 나를 만나러 왔다면, 필시 項羽가 나를 꼬셔 보고자 그 者를 보냈음이 틀리없다. 어쨌든 나를 보러 왔다니 한 번 만나보기나 하겠다."
武涉은 韓信 앞으로 나오자 큰절을 올리고 폐백을 내놓으며 말한다.
"장군께서 이번에 齊王에 오르셨다는 말씀을 듣고 삼가 축하의 선물을 올리옵니다."
韓信은 선물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도 지난날에는 大夫와 마찬가지로 楚나라의 신하였소. 그러나 지금은 주인을 달리하여, 우리 두 사람은 敵이 되어 버렸는데 선물은 무슨 선물이오 ?"
武涉이 머리를 숙이며 말한다.
"대왕께서는 이미 齊나라의 70여 城을 통치하고 계신데 어찌 지난날의 일만을 말씀하시옵니까? 이 선물은 項王 폐하께서 대왕의 즉위를 축하하는 동시에, 今後에는 楚나라와 齊나라가 친목을 돈독히 하자는 뜻에서 보내신 선물입니다."
韓信은 고개를 저으며,
"나는 이미 王位에 올랐는데 이 이상 무엇을 바라겠소? 나는 누구와 싸울 생각이 없으니까, 새삼스레 和親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오."
武涉은 한신의 말을 듣고 머리를 저으며 말한다.
"만약 대왕께서 소생의 권고대로 하신다면 왕위를 영원히 누리 실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아니하고 劉邦과 협동하여 楚나라를 치려하신다면, 그때는 대왕의 지위가 어떻게 될지 그것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옵니다."
韓信이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건 또 무슨 소리요 ?"
武涉이 다시 대답한다.
"項王 폐하께서 소생을 대왕께 파견한 목적은, 두 분이 화친을 도모하여 유방과 더불어 천하를 세 사람이 三分하여, 제각기 부귀영화를 자손만대로 누려 보자는데 있는 것이옵니다."
그러자 한신이 말한다.
"大夫의 말씀은 그럴듯 하오만, 내가 지난날 項王을 섬기고 있을 때, 벼슬은 고작 執戟郞(중대장)에 불과하였고, 項王은 내가 건의한 戰略에도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소. 내가 楚나라를 떠나 漢나라로 옮긴 것은 그런 無대접 때문이었소.
그런데 漢王은 項王과는 정반대로 나를 즉각 元帥로 기용하여 兵權을 모두 맡기셨고, 나와 더불어 고락을 같이하면서, 나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 주셨소. 게다가 이제는 나를 王位에까지 오르게 해 주셨으니, 내 어찌 그러한 은혜를 배신하고 楚나라로 갈 수 있겠소 ? 죽으나 사나 나는 漢王에게 충성을 다 할 것이니, 大夫는 돌아가시면 項王에게 그런 사정을 설명해 드려 주시오. 미안하지만, 이 폐백은 받을 수 없으니 그냥 가지고 가시오."
무섭은 한신을 움직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하릴없이 빈 손으로 돌아왔다.
그때, 옆에 있던 蒯徹이 한신에게,
"臣은 일찍이 異人을 만나 觀相學을 배운바 있사온데, 관상학에 의하면 대왕은 놀랍도록 귀하게 되실 어른이시옵니다."
한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라고 갑자기 관상 얘기는 왜 하시오 ?"
蒯徹이 허리를 굽히며 다시 말한다.
"그 옛날 秦始皇은 천하를 통일했으나 20년이 채 못 가 楚와 漢으로 양분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는 楚와 漢의 운명이 모두 대왕의 손에 달렸으니, 그것은 천하를 三分하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 대왕께서는 그 점을 깊이 통찰하셔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시옵소서. 기회란 언제든지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蒯徹의 말은 劉邦을 위해 부질없이 천하를 통일하려고 애쓸게 아니라, 韓信도 스스로 독립하여 천하를 세 사람이 三分하라는 말이었다.
蒯徹의 말에 韓信은 귀가 솔깃 해지는 것 같았다.
괴철의 말대로 漢王을 배신하고 項羽와 타협하여 천하를 세 사람이 나눠 가지면, 자신도 皇帝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韓信은 고개를 저으며 蒯徹에게,
"漢王은 처음부터 나를 극진히 대해 주셨는데, 내 어찌 허황된 慾心에 눈이 멀어 漢王을 배반할 수 있겠소!?. 그렇게는 못 하겠소이다."
그러자 蒯徹이 다시 말한다.
"얼마전까지, 項王의 휘하에 있다가 漢나라에 귀순한 常山王 張耳는 陳餘와 兄弟 之儀를 맺은 바가 있었으나, 진여는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張耳의 가족을 몰살시킨 일이 있사옵니다. 하물며 大王과 漢王은 그런 사이도 아니면서 무엇을 주저하시옵니까 ? 자고로 사냥꾼은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兎死狗烹'이라는 말도 있지않습니까 ? 만약 대왕께서 漢王을 위해 천하를 통일하는데 1등 공신이 되셨다고 하십시다.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는 대왕의 신변이 지극히 위험해지리라는 것을 왜 모르시옵니까 ?"
韓信은 그 말을 듣자 가슴이 서늘해졌다.
"음 ....公의 말을 들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나 이 문제는 너무도 중대한 일이니, 며칠 동안 신중히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韓信은 며칠을 두고 생각해 보았으나, 자기를 키워 준 漢王을 배반한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리하여 밤잠도 설치곤 하였는데, 蒯徹이 다시 찾아와,
"대왕께서는 왜 결단을 내리지 못하시옵니까 ? 기회라는 것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옵고, 사태가 무르익었을 때라야 그 결단의 효과가 倍加되는 것이옵니다. 쓸데없는 의리에 사로잡혀 유리한 계획을 제 때에 결행하지 못하면, 오히려 100가지의 禍를 초래할 뿐이옵니다. 成敗는 반드시 시기에 달려 있는 법이오니, 대왕께서는 천재 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시옵소서."
[ "그 말이 좋을지라도 믿지 말 것은 그 마음에 일곱 가지 가증한 것이 있음이니라" ]
<잠언 26/25>
韓信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머리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漢王을 위해 수많은 戰功을 세워 왔다. 漢王은 그때마다 나의 지위를 높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를 고깝게 여기는 기색을 한 번도 보이지도 않았다. 이처럼 寬厚하고 인자한 漢王을 배반하고 어떻게 등을 돌린단 말인가 ?)
韓信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大夫 陸賈가 방안으로 들어서는 게 아닌가 ?
韓信은 陸賈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 大夫께서 별안간 웬일이시오 ?"
大夫 陸賈가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고 놀란 것은 韓信만이 아니었다. 韓信에게 背信을 종용하던 蒯徹은 기절초풍할 듯이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陸賈는 漢王의 충신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陸賈가 두 사람의 밀담을 엿듣기라도 했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닌가 ?
陸賈는 韓信과 蒯徹 앞에 우뚝 서더니, 먼저 蒯徹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韓信을 바라보며 냉정한 어조로 말한다.
"소생은 조금 전에 大元帥를 찾아 뵈러 왔다가, 본의아니게 門前에서 두 분이 주고받는 말씀을 모두 다 듣게 되었습니다. 바라옵건데 대원수께서는 蒯徹의 妖言에 현혹되시어, 臣下의 節槪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옵소서."
그 말에 韓信의 가슴이 철렁하였고, 蒯徹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陸賈는 그런 모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생은 대원수께 꼭 드려야 할 말씀이 있사옵니다. 무릇 모든 世上事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그 실상을 올바르게 볼 줄 아셔야 합니다. 지금의 천하 대세를 보건데, 楚나라는 强한 듯이 보이나 실체가 허약하기 짝이 없고, 漢나라는 弱한 듯이 보이나 실체는 놀라울 정도로 强하옵니다. 게다가 大元帥께서는 지금 새롭게 일어나는 漢나라 內에서의 기초가 아직 튼튼하지 못하십니다.
漢王이 지금 일시적으로 不利하게 보이기는 하나, 천하의 人心은 이미 漢王에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더구나 漢王에게는 簫何라는 名 宰相이 있고, 張良 같은 불세출의 策士와 陣平같은 謨士도 있사오며, 英布, 彭越, 번쾌, 신기, 周勃, 王陵, 灌瓔, 曺參과 같은 綺羅星 같은 猛將들이 수두룩한 데, 어느 누가 감히 그들을 당해 낼 것이옵니까 ? 蒯徹이 조금 전에 大元帥께 미친 헛 소리를 지껄인 듯 하온데, 대원수께서 만약 이런 미친 者의 狂言에 속아 漢王을 배신하게 된다면 그 때는 돌이킬 수 없는 禍를 당하시게 될 것입니다."
韓信은 陸賈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며,
"大夫께서는 참으로 좋은 충고를 해 주셨소이다. 大夫의 충고가 없었다면 나는 狂人의 妖說에 현혹되어 어떤 과오를 범했을지도 모를 일이었소."
[ "어리석은 자는 온갖 말을 믿으나 슬기로운 자는 자기의 행동을 삼가느니라" ]
<잠언 14/15>
韓信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蒯徹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 밖으로 쏜살같이 달아난다. 만약 모든 비밀이 漢王에게 알려지는 날이면 凌遲處斬(능지처참)을 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韓信은 그제서야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깨닫고 陸賈에게 침착히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三軍을 거느리고 榮陽城으로 출발하여 대왕과 함께 楚나라를 쳐부술 것이니, 大父께서도 함께 가십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