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135
# 列國誌 135
** 楚漢誌 57
※ 齊王을 설득하는 여이기의 辯說
韓信은 漢王이 성고성과 榮陽城을 공략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떠나간 후, 齊나라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項羽가 成睾城과 榮陽城을 공략하기 위해 직접 대군을 이끌고 출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 韓信은 만약의 경우 漢王을 지원하기 위해, 成睾城과 영양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齊나라 정벌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齊王 田廣은 韓信이 불원간 쳐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전전 긍긍하고 있었다.
한편,
영양성에서 漢王을 모시고 있던 謀士 여이기는 齊王이 공포에 떨고있다는 정보를 접하자, 齊王 田廣을 자신이 설득하여 스스로 귀순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齊나라의 70 여 城을 싸우지 않고 얻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공이 없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여이기 노인은 어느 날 漢王에게,
"燕나라와 趙나라는 韓信 장군이 이미 평정을 했사오나, 齊나라는 워낙 힘이 강하고 땅이 넓어서 쉽게 굴복시키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게다가 항우가 지원병을 보내 도와주기라도 한다면, 우리가 수십만 대군을 몰고가도 점령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옵니다."
漢王이 반문한다.
"그러면 大夫께서는 다른 妙策이라도 있다는 말씀이시오 ?"
"대왕께서 齊王을 설득하는 詔書 한 장만 써 주시면, 臣이 齊나라로 가서 齊王을 이해득실로 설득해 볼까하옵니다.
만약 설득이 주효하여 齊王 스스로 우리에게 귀순해 온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사옵니까 ?"
漢王은 그 말을 듣고 반색하며,
"大夫께서 齊王을 자진해서 항복하게 만 해주신다면 그 功은 靑史에 길이 남을 것이오. 韓信 장군이 아직 發軍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니, 大夫께서 나의 조서를가지고 齊나라로 어서 가 보도록 하시오."
여이기 노인은 漢王의 조서를 가슴에 품고 齊나라를 향하여 떠났다.
그로부터 며칠 후, 여이기는 齊나라에 도착하여 齊王 田廣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그리하여 齊나라 大闕로 들어간 여이기는 齊王을 만나서도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허리를 곧게 편채로 만난다.
그러자 齊王은 여이기의 그러한 태도에 크게 怒하여,
"그대는 내가 자진 항복하도록 설득하러 온 모양인데, 그대의 태도가 왜 이렇게 불손한가 ? 그대가 이처럼 불손한 까닭은 우리가 그대들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 할 것이라는 자만심 때문인가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군사력으로 그대들의 생각이 매우 잘못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겠노라."
며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여이기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한다.
"내가 왜 대왕을 찾아 왔는지, 나의 말을 들어 보시면 충분히 이해하실 것입니다."
齊王 田廣은 끝까지 怒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利롭지 않다고 생각되어, 안색을 펴면서 말했다.
"무슨 말인지 어서 말해 보오."
그러자 여이기는 당당하게 말한다.
"漢王은 지금 100 萬 대군을 거느리고 그 위세를 만 천하에 떨치고 있소이다. 게다가 지금 趙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韓信 장군까지 합세하여 쳐들어오면, 齊나라는 그날로 풍비 박산이 되고야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大王께서는 王位를 보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음으로, 나는 齊나라의 백성도 求하고, 대왕도 도와드리고 싶어 이렇게 찾아 왔는데 제가 왜 大王에게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말이오이까 ?
그러나 대왕께서 왕위를 보존하고 싶지 않으시거든, 당장 이 자리에서 나를 죽여 버리시오."
齊王은 그 말을 듣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대는 잠꼬대 같은 소리는 그만 하고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우리나라는 국토가 東西 사방으로 數千 여 里요. 게다가 西쪽에는 魏와 趙 나라가 있고, 동쪽에는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南쪽에는 楚나라와 燕나라가 있소. 그나 그뿐만인가 ? 우리는 그동안 富國强兵을 기치로 國政을 펼쳐 온 관계로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는 데, 어찌 劉邦을 두려워할 것인가 ?"
그러자 여이기가 탄식하며,
"대왕은 어찌 虛張聲勢가 이렇게도 심하오? 齊나라가 아무리 강해도 항우는 당해 내지 못할 것이오. 그런 항우조차도 漢王에게 關中 땅을 모두 빼앗겨 버렸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시오? 齊나라가 漢王에게 항거하려는 것은 사마귀가 수레 바퀴를 막아보려는 螳螂拒轍 (당랑거철 =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뜻과 같음)과 같이 어리석은 짓이란 것을 왜 모르시오.
서양에서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 '동키호테' 라 한다오."^^
" ...... "
齊王은 그 말에 氣가 죽었는지 대답을 하지 못 한다.
이에 여이기는 제왕을 달래듯이,
"그러나 대왕은 너무 심려치 마소서. 이제부터라도 천하의 흐름을 잘 살펴서 태도를 분명하게 결정하면 되실 것이오."
齊王은 골치가 아픈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세상이 어찌 이렇게도 변화 무쌍한지, 나는 천하가 돌아가는 형세를 가늠하기가 쉽지않구려 ! "
하고 독백처럼 중얼거린다.
여이기는 이때다 싶어,
"대왕이 천하의 흐름을 잘 모르시겠다면 제가 설명을 해 드리지요. 지금 楚覇王은 强한듯 하면서도 弱하고, 漢王은 弱한듯 하면서도 强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漢王은 이미 천하의 3분의 2를 점령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項羽의 영토는 3분의 1도 채 못 되니, 그것만 보아도 천하의 대세가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오 ?"
齊王 田廣은 여이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이기가 계속하여,
"楚覇王 항우가 義帝를 시해하고 帝位를 찬탈한 것은 분명한 逆賊之擧였소. 그러나 漢王은 義帝의 유해를 國葬으로 모심으로써, 천하의 민심을 한몸에 얻게 되었지요. 漢王이 諸侯들로부터 열렬한 지지와 존경을 받게 된 원인이 바로 그 점에 있는 것입니다. 천하의 민심이 그러할진데, 대왕도 천하의 추세에 따라서 齊나라를 온전하게 보존해 나가야 할 것이 아니겠소이까? 나는 오직 大王을 위하여 이런 충고를 드리는 것입니다."
齊王은 그제서야 납득이 가는지, 여이기의 손을 잡으며,
"나는 천하의 추세를 가늠하지 못하다가 오늘 大人의 말씀을 듣고서야 깨달았소이다. 그러면 앞으로 漢王과 가깝게 지내야 하겠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大人께서 말씀을 해주시오."
여이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참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셨습니다. 그러면 대왕께서는 사신을 한왕께 보내 시되 정중한 降表를 써 보내도록 하소서. 나는 漢王께서 오실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리하여 여이기는 세치 혀만 가지고 帝나라의 70여 城을 고스란히 漢王에게 귀속시키는 데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일단 합의를 하고 나자, 그 자리에 있던 齊나라 대장 田橫이 齊王에게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대왕 전하 ! 우리가 여 대인과 합의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지금 趙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韓信 장군이 대군을 휘몰아 쳐들어 온다면 우리는 무슨 힘으로 그들을 막아낼 수 있겠사옵니까? 대왕께서는 그 점을 깊히 고려하셔야 하옵니다."
齊王은 그 말을 듣더니 갑자기 顔色이 변한다.
"듣고 보니 그 점이 걱정이구려.... 여 대인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여이기가 즉각 대답한다.
"그 문제는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저는 漢王의 命을 받들고 왔는데, 韓信 장군이 어찌 마음대로 쳐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
"그러나 우리로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만일을 위해서 대인께서 韓信 장군에게 그런 일이 없도록 편지 한 통을 써 보내주시면 고맙겠소이다."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제가 곧 韓信 장군에게 편지를 써 보내겠습니다."
여이기는 韓信에게 곧 편지를 써 보냈다.
그 무렵, 韓信은 그러한 사정을 모르고 齊나라를 공략하려고 출동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갑자기 齊나라에 머물고 있는 여이기 大夫로부터 편지가 왔다는 것이었다.
韓信이 여이기의 편지를 읽어보니,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漢나라 大夫 여이기는, 삼가 韓信 大元帥께 글월을 보내옵니다.
본인은 大王의 뜻을 받들어 齊나라에 와서 齊王을 간곡히 설득한 결과, 싸우지 않고 제나라를 귀순시키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많은 백성들을 求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도 전쟁의 노고를 避하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이 漢 大王의 聖德과 韓 元帥의 威武의 덕택인 줄로 압니다. 이런 까닭에 元帥께서는 漢나라를 공략하실 필요가 없게 되셨으니, 군사를 이끌고 榮陽城과 成睾城으로 가셔서 쉬셨다가, 마지막 남은 楚나라를 공략하심이 좋을 줄로 알리옵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각고의 노력으로 이미 다섯 나라를 모두 평정하였으므로, 이제 마지막 남은 楚나라를 공략하여 통일 성업을 성취하면 元帥의 공적은 靑史에 길이 빛나게 될 것 입니다. 그러니 元帥께서는 더욱 자중 자애 하시기 바라옵니다.
한신은 여이기의 편지를 읽어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回信을 여이기에게 써 보냈다.
呂 大夫께서 능수 능란하신 변론으로 싸우지 아니하고 齊나라를 귀순시키시는 데 성공하셨다니, 그보다 더 큰 功勞가 어디 있으오리까?
삼가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나는 이제 榮陽城으로 달려가 대왕을 받들고 楚나라를 공략할 계획을 준비할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그때에 이르러 齊나라도 우리와 합동 작전으로 楚나라를 공략할 수 있도록 여 大夫께서는 계속하여 큰 수고를 다해주시기 바라옵니다.
여이기가 韓信의 편지를 齊王에게 내 보이니, 齊王은 그제서야 안심하고 여이기를 더욱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이렇게 여이기 노인이 순전히 입만 가지고 齊나라와 함께 70 여 城을 얻는 功을 세웠으므로, 그때부터는 기쁨에 취하여 날마다 술만 마시며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잘 나갈 때, 삼가해야지 나이를 먹었으되 헛 나이를 먹었구나!..)
한편,
韓信은 張耳와 함께 군사를 거두어 가지고 榮陽城으로 떠나려고 하는데, 불현듯 燕나라의 謨士였던 蒯徹(괴철)이 韓信에게,
"韓 元帥께 아뢰옵니다. 만약 원수께서 여이기 大夫의 말을 그대로 믿으시고 철군하시면, 그것은 韓 元帥로서는 일생 일대의 과오를 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실 것입니다."
韓信은 그 말을 듣고,
"일생 일대의 과오라니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 "
괴철이 말한다.
"생각해 보시옵소서. 韓 元帥께서 오늘날까지 여러 나라를 東奔 西走 하시면서 점령하신 城은 50 여 개에 불과한데, 여이기 大夫는 오로지 입만 가지고 70 여 城을 한 번에 얻었다고 할 것이니, 元帥께서는 영양성으로 돌아가 어떻게 漢王을 뵈올 수 있습니까 ?"
韓信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가, 괴철의 말을 듣고나서 저으기 놀란다.
"음...그러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인가 ?"
蒯徹(괴철)이,
"만일 지금 상태로 나아간다면, 후일 漢王께서 천하 통일의 聖業을 완수하셨을 때, 일등 공신은 韓 元帥가 아니고, 여이기 大夫라는 결과가 될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원수께서는 대군을 철수하시기 전에 그 점을 신중히 살피셔야 하옵니다."
"흐음 ... ! "
韓信은 자신도 모르게 큰 숨을 토해냈다. 따지고 보면 여이기는 일개의 說客에 불과한 儒生이 아닌가?
그가 아무리 세치 혀로써 齊나라 (70 여 개의 城 포함)를 귀순시켜 놓았다 하더라도, 生死를 걸고 온갖 戰場을 누비고 다닌 자신의 공로에는 미치지 못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순전히 평정시킨 城의 數만 가지고 따진다면, 여이기가 앞서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
생각이 이에 이르자, 韓信은 괴철에게, 다시 물었다.
"그대의 생각으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인가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