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列國誌 116

jahun 2021. 7. 26. 21:41

 

# 列國誌 116

** 楚漢誌 38

※ 張良의 智謨

九江王 英布가 귀순해 온 그날 밤, 漢王은 張良을 부른다.
"英布의 귀순을 성공시킨 것은 오로지 선생의 덕택이었습니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일이 하나 있습니다."
張良이 揖(읍)하고 묻는다.
"무슨 일이시온지 말씀하시옵소서."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韓信 장군에 관한 문제인데요. 지난번 彭城으로 出征할 때, 韓信 장군이 그토록 만류하는 것을 내가 고집스럽게 出征을 감행했는데, 한신 장군은 그 後로 마음이 상했는지, 아직까지도 나를 찾아오지 않고 있소이다. 혹시 韓信 장군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
漢王 劉邦은 韓信이 몹시 걱정스러웠다. 그동안 戰功이 남달랐던 韓信을 까닭없이 大元帥의 자리에서 해임하여 함양에 있게 한 것도 후회스러웠지만, 한신이 그 後로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것이 은근히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韓信의 태도에 대해서는 張良도 약간의 의아심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張良은 漢王을 안심시키기 위해,
"韓信 장군은 별 일이 없을 것이옵니다.
簫何 승상이 마침 군량미 수송 문제로 지금 함양에 가 계시다고 하니, 臣이 丞相을 만나, 韓信 장군의 문제도 의논해 볼 겸, 내일쯤 咸陽에 잠시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臣이 함양에서 돌아올 때, 韓信 장군도 같이 와서 대왕을 배알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왕은 張良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한다.
다음날,
張良은 영양성을 떠나 咸陽으로 떠난다. 그리고 함양에 도착하자 승상부에서 簫何와 함께 술잔을 나누며 지나가는 말처럼 넌즈시 물었다.
"韓信 장군을 본 지도 꽤 오래 되었는데, 韓信 장군도 잘 계십니까 ?"
그러자 簫何가 바로 대답한다.
"韓信 장군은 大元帥職에서 해임당한 뒤부터는 매우 울적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韓 元帥는, "三秦과 咸陽을 격파한 사람은 자신인데, 大王께서는 자신을 해임하고 별 볼일 없는 魏豹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불만이 컸습니다. 더구나 대왕께서 彭城 전투에서 大敗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난 後부터는 일체 두문불출할 뿐만 아니라, 내가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습니다. 짐작컨대 韓信 장군은 漢王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사과의 말씀이라도 해 주시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君臣之誼에 어긋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가도 만나 주지 않을까요 ?"
"글쎄요. 모르지만 선생이 가셔도 만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음 ! 韓信 장군의 자존심이 몹시 상한 모양이군요."
張良은 눈을 감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만약 韓信이 漢王을 떠난다면 천하 통일의 大業은 이루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큰일이 아닌가 ? 그렇다고 韓信을 다독이기 위해, 漢王으로 하여금 韓信을 찾아가 사과를 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그것은 君臣之誼 뿐아니라, 主從이 바뀌는 것과도 다름없지 않은가 ?)
張良은 밤을 새워가며 대책을 강구해 보다가 마침내 妙策 하나를 생각해냈다.
다음날, 張良은 심복 부하들을 불러 榜文 넉 장을 써 주면서,
"이 榜文을 함양성 四大門에 한 장씩 붙여라 ..."
하는 명령을 내렸는데, 그 방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漢王이 彭城 전투에서 大敗하여, 關中의 모든 封土를 項王에게 반환하기로 하였다.>
四大門에 이런 방문이 나붙자 소문은 삽시간에 널리 퍼져서, 마침내 韓信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韓信은 그 소문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그는 얼마 후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측근에게 말했다.
"그 榜文은 張良 선생이 나를 움직이게 하려고 계획적으로 써붙인 것일게다. 漢王이 아무리 大敗하였기로 힘들여 점령한 關中을 項羽에게 고스란히 내줄 리가 없지 않은가 ?"
과연 韓信의 추측은 명철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러자 측근이 대답한다.
"城 안의 공기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으니, 元帥께서는 너무 방심하지 마시옵소서."
마침 그때 누군가 대문을 급히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어디서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왔느냐 ? "
하고 韓信이 물어 보니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丞相府의 특명으로 戶口調査를 하는 중이옵니다. 여기에는 상주하는 식구가 몇 사람이나 되시옵니까 ?"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
한신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승상부에서 무슨 일로 급작스럽게 戶口조사를 한다는 말인가 ?"
"잘 모르기는 하옵니다만,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漢王께서 지난 번 彭城 전투에서 大敗했을 때, 太公 內外 분과 呂王后가 항우에게 포로가 되었다고 하옵니다.
그리하여 漢王께서 고민하시던 끝에 일가족을 돌려받는 대신 그동안 점령한 關中 땅을 모두 楚覇王에게 되돌려 주기로 하셨답니다. 그래서 張良 선생이 漢王의 命을 받고 함양성 안의 인구 조사를 하려고 지금 승상부에 와 계시다고 합니다. 아마 호구 조사는 楚覇王에게 보낼 현황서의 일부인 모양인데, 소생은 그 때문에 인구 조사를 나온 것이옵니다."
조사원의 말을 들어 보면 四大門에 나붙은 榜文은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나라의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나도 이렇게 칩거해 있을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韓信은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승상부로 말을 달려갔다.
張良은 韓信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簫何와 함께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韓信 장군이 자진하여 이리로 왔다니, 우리들의 계획이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나는 잠시 뒷방으로 피해 있을 테니, 승상께서 먼저 韓信 장군을 만나도록 하소서."
장량이 뒷방으로 숨어 버린 뒤에 소하는 한신을 반갑게 맞아들여 말한다.
"내가 그동안 장군을 여러 차례 찾아갔건만, 장군이 나를 만나 주려고 하지 않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 "
한신이 대답한다.
"대왕께서 저를 버리셨는데 제가 무슨 면목으로 丞相을 뵐 수 있으오리까? 모든 일이 부끄럽기만 하여 누구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簫何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대왕께서 장군 대신 魏豹를 총사령관으로 기용하셨다가 彭城 전투에서 大 敗하셨는데, 그것은 대왕의 잘못이지 장군의 잘못은 아니지않소 ? 그런데 부끄럽기는 무엇이 부끄럽다는 말씀이시오 ? 솔직히 말하면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대왕이지, 장군은 아니오."
"승상의 말씀을 들으니 많은 위안이 되옵니다. 그런데 떠도는 소문을 듣자니, 대왕께서 關中을 항우에게 다시 넘겨 주기 위해 張良 선생을 이곳에 보내셨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모두가 사실이오. 대왕이 팽성 대전에서 참패하실 때, 불행하게도 太公 內外분과 王后까지 항우의 손에 포로가 되어 버렸소. 그래서 대왕은 關中을 반환하고, 그 대신 가족들을 돌려받고 싶어하시오. 모든 장수들은 봉토와 대왕의 가족을 바꿀 것이 아니라, 항우를 무력으로 쳐부수고 太公과 王后를 우리 손으로 구출해 오자고 주장하지만, 張良 선생이 반대를 하고 계시오."
"張良 선생이 반대를 하신다구요 ? 대왕의 일가족을 우리 힘으로 빼앗아 오는 것이 뭐가 마땅치 않아 많은 물자와 병사를 희생하며 힘들여 점령한 귀중한 關中 封土와 바꾼다는 것입니까 ?"
簫何가 다시 한숨을 쉬면서 대답한다.
"장군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張良 선생은 본래 韓나라 사람이 아니오? 그가 자신의 부귀만 누리면 그만이지, 뭐가 답답해서 싸우려고 하겠소? 그러니 장량 선생이 항복을 강력히 권고하면서 이미 楚나라에 우리가 이번에 점령한 봉토와 한왕 일가족을 교환하기로 통보하고 지금은 楚나라에 알려 줄 인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이곳에 와 계시오. 나도 달갑지는 않지만 왕명이니 어쩔 수가 없어 이러고 있는 중입니다."
簫何는 張良과의 사전 논의대로 모든 잘못을 장량에게 돌려 버렸다.
그 말을 들은 韓信은 매우 착잡하였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생각에 잠기더니 문득 고개를 들며 결연히 말했다.
"丞相 閣下 ! 우리가 천신 만고 끝에 점령한 關中을 항우에게 되돌려 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太公 內外분과 여 王后께서 포로가 되셨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武力으로 쳐들어가 얼마든지 구출해 올 수 있는 일이 아니옵니까 ? "
"사태가 복잡해지면 항우가 태공과 왕후를 죽여 버릴지도 모르겠기에 그러는 것이오. 대왕은 그런 점을 염려하시어 관중 봉토와 바꾸려는 것이라오."
그러자 韓信은 고개를 저으며,
"項羽는 성품이 워낙 포악하여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范增 范增은 매우 사려 깊은 사람으로 太公과 王后를 죽게 방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관중 봉토와 교환할 생각은 일단 중지하시고, 우리 힘으로 태공을 구출해 올 계획을 논의하십시다. 만약 지금이라도 저로 하여금 楚를 치게 해 주신다면, 제가 기필코 太公과 王后를 모시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승상께서는 속히 허락을 내려 주소서."
뒷방에서 엿듣고 있던 장량은 너무도 기뻐 한신 앞으로 달려 나와 그의 손을 덥석 움켜잡으며 감격스럽게 말했다.
"장군의 의지는 참으로 대단하오. 나는 장군의 입에서 그런 말씀이 나오게 하려고 무척 애를 써 왔소."
韓信은 그제서야 이 모든 것이 張良의 計略이었음을 알아채고 장량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한다.
"선생의 넓고 깊으신 策略에는 새삼 찬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장군이나 나나 모두가 나라를 위하는 길이 아니오 ? 항우는 세력이 워낙 강대하기 때문에, 장군이 쳐들어가도 승리를 장담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오. 까딱 잘못하다가는 彭城의 大敗를 되풀이할뿐, 太公과 王后를 구출해 오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오."
韓信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붉히며 張良을 향하여 强力하게 항의한다.
"지난날 저를 대원수로 추천해 주신 분은 바로 선생이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어찌하여 저를 그처럼 가볍게 보시옵니까? 지금 楚나라의 세력이 강대하다고는 하지만, 항우 혼자만 강할 뿐 그의 부하들은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바, 小將은 그들을 노도처럼 밀어붙여, 일 순간에 풍비박산으로 만들어 버릴 자신이 있사옵니다."
張良이 침착하게 대답한다.
"元帥는 楚軍을 무척 가볍게 보고 계시는 듯 하오. 그러나 范增은 신출 귀몰한 지략을 가지고 있는 謨士인데다, 용저와 鐘離昧 같은 名將도 있으니, 어찌 그들을 혼자서 당해 낼 수 있겠소 ? "
韓信은 그 말에 표현할 수없는 모욕감을 느끼고
발끈하며 張良에게 대들듯 힐문한다.
"子方 선생 ! 제가 만약 용저와 鐘離昧를 격파하고 范增을 생포해 오지 못하면 선생이 제 목을 베어 주소서. 그래도 저는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張良이 그 말을 듣고 簫하에게 말한다.
"韓信 장군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승상께서는 한 장군의 출정을 허락하심이 좋을 줄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는 御命을 받들고 함양의 인구를 조사하러 왔는데, 그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
그러자 韓信이 바로 대답을 가로맡는다.
"그 일은 조금도 염려마소서. 제가 선생을 모시고 영양성으로 가서, 대왕을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楚나라 使신이 와 있다면 그자의 목부터 베어 버리겠습니다."
簫何가 그 말을 듣고 손을 젓는다.
"사태가 복잡한 이 마당에 楚나라 사신을 죽여 버리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 될 것이오. 그보다도 四 大門에 나붙어 있는 방문부터 빨리 떼어 버립시다."
簫何는 관리들을 시켜 四 大門에 나붙은 榜文을 모조리 떼어 버리자, 백성들은 漢王이 교환 조건을 철회한 것으로 알고 모두들 크게 기뻐하였다.
다음날,
張良은 韓信, 簫何 등과 함께 함양을 떠나 영양성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漢王을 찾아 지금까지의 경과를 소상히 보고한 뒤,
韓信과 簫何를 만나면 이러이러하게 하라고 귀띰을 해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