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 114
#列國誌 114
** 楚漢誌 36
※ 楚將 英布의 귀순
한왕의 뒤를 추격하던 대장 丁公이 한왕을 놓아 보낸 後, 옹치와 함께 본영으로 돌아와 항우에게 허위 보고를 한다.
"우리 두 사람이 한왕을 백방으로 찾아보으나 찾지 못하고 그만 돌아왔사옵니다."
그러자 항우가 벌컥 화를 내며,
"에이 못난 인간들 같으니라고 .... 그러나저러나 劉邦이란 놈은 이번 싸움에서 워낙 큰 타격을 받아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范增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유방이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면 아니되옵니다. 그들이 이번에 패한 이유는, 無能한 魏豹라는 자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데 있었습니다. 韓信이 아직도 함양에 健在하고있는데다, 그들은 아직도 막강한 병력과 풍부한 군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雪辱하려고 반드시 반격해 올 것이옵니다. 우리는 그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아니되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크게 웃는다.
"韓信의 재주는 내가 잘 알고 있소. 한신 따위가 무엇이 그리 두렵다고 丞相은 한신에게 항상 겁을 내시오? 한신이 지략에 능한 자 였다면 어찌 漢王을 彭城으로 가게해서 大敗하도록 하였겠소?."
"....."
范增은 항우에게 아무리 충고를 해도 본전도 못 찾게 되자 아예 입을 닫고 말았다.
그때 마침, 시종이 들어와 告한다.
"일찍이 漢나라에 귀순했던 司馬欣과 동예가 漢王의 부모와 처를 볼모로 잡아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사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뭐라 ? 나를 배신했던 사마흔과 동예가 다시 돌아왔다고 ....? 그 자들을 당장 이 자리에 불러들여라."
사마흔과 동예가 어전으로 끌려 나오자, 항우는 그들을 사정없이 질책한다.
"나는 너희들을 三秦王에 封하여 충성할 기회를 주었건만, 네놈들은 나를 배반하고 劉邦에게 투항하여 三秦을 빼앗겨버렸으니, 그 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너희들이 비록 다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지조를 모르는 놈들을 살려 둘 수는 없다. 여봐라 !
이놈들을 당장 원문 밖으로 끌어내어 斬하라."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마흔과 동예는, 항우에 의하여 비참하게 목이 잘리고 말았다.
항우는 이어서, 시종에게,
"사마흔과 동예가 유방의 가족들을 잡아 왔다니 劉邦의 애비를 이 자리에 끌어오너라."
太公은 결박을 당한채 항우 앞으로 끌려 나오자, 항우는 불호령을 내리듯 태공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네놈의 아들 유방은 泗上의 정장(亭長 : 요즘으로 치면 시골 洞長이나 里長)에 불과했던 것을 내가 漢王으로 封해 주지 않았느냐 ? 네 아들 유방이 이런 은혜를 모르고 내 영토를 침범해 왔으니, 이는 용서 할 수 없는 반역 행위이다. 자고로 반역자의 가족은 九族을 멸하는 법이니, 너는 마땅히 참형에 처할 것이다."
그야말로 서릿발같은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늙은 태공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 처럼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바위처럼 조용히 꿇어앉아 있을 뿐이었다.
항우는 태공의 의연한 태도가 더욱 비위에 거슬렸는지,
"저 늙은 것을 당장 끌어내어 斬刑에 처하라 ! "
하고 불호령을 내렸다.
태공이 끌려 나가자, 范增이 머리를 조아리며 項羽에게 간한다.
"漢王이 비록 참패했다고는 하오나, 咸陽에는 韓信이 거느리고 있는 막강한 대군이 있사옵니다. 우리가 太公과 여 왕후를 볼모로 잡아두고 있으면, 저들은 공격을 해오더라도 감히 끝까지 덤벼 오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들을 죽여 버리고 나면 敵은 恨이 골수에 맺혀서 복수하고자 끝까지 덤벼 올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유방의 부모와 처는 죽이지 않으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항우도 그 말에는 수긍이 가는지,
"음, 그러면 劉邦의 부모와 처를 옥에 가두고, 虞子期 장군이 책임지고 엄중하게 감시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나는 이쪽 일이 일단락 되었으니, 다시 齊나라로 가보도록 하겠소."
하고 齊나라를 향하여 떠난다.
한편,
齊王 田廣은 楚軍 대장 용저와 鐘離昧에게 포위되어, 식량 부족으로 심한 곤경을 겪던 차에, 항우가 彭城을 탈환하고 합세하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마침내 항복하고 말았다.
이로써 초패왕 항우의 위세는 더 한층 떨치게 되었고 군사들의 사기 또한 더 없이 양양하였다.
彭城에서 大敗한 한왕 유방은 영양성에 머무르면서 각지에서 돌아오는 패잔병을 규합하여 어느 정도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왕은 장량을 불러 상의한다.
"우리의 병력이 이제 어느 정도 복구되기는 했지만, 실전을 지휘할 최고 사령관이 없는 것이 걱정입니다. 한신을 대원수로 다시 임명하고 싶지만, 그는 해임당한 데 불만이 있는지, 내가 大敗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도와주려고 달려오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선생께서 좋은 지혜를 알려 주소서."
張良은 머리를 조아리며 漢王에게 아뢴다.
"韓信 장군은 어디까지나 대왕 전하의 臣下이옵니다. 그러므로 한신 장군은 마땅히 대왕을 찾아 뵈러 여기까지 와야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君臣之義로 보아서는 마땅히 그래야만 옳을 줄로 나도 생각하오. 그러나 한신 장군은 지금까지 나를 찾아오기는커녕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 이를 어찌해야 좋겠소?"
"그 문제는 제가 韓信 장군을 직접 찾아가 원만하게 해결하겠사오니, 대왕께서는 조금도 염려치 마소서. 그보다도 臣에게는 다른 걱정이 하나 있사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선생께서 걱정이 있으시다니요 ? 무슨 일이십니까 ?"
張良이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지금 천하에는 韓信 장군 외에도 두 명의 명장이 또 있사옵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아직도 그들을 못 알아보고 계시니 臣으로서는 오히려 그 일이 걱정되옵니다."
"뭐라구요 ? 천하에 한신 장군과 같은 명장이 두 사람이 더 있다고요 ?
그들이 누구입니까? 그들의 이름을 말씀해 주소서."
"한 사람은 英布 장군이옵고, 다른 한 사람은 彭越 장군입니다. 만약 그 두 사람을 데려다가 한신 장군과 합세하여 세 사람이 도모한다면, 천하를 얻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옵니다."
한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한다.
"팽월 장군은 이미 우리와 通하는 사람이 되어있으니 언제든지 불러 올 수 있지만, 英布 장군은 옛날부터 항우의 심복 장수가 아니오 ? 항우의 심복을 우리가 어떻게 유인해 올 수 있겠소 ?"
"臣이 보기에는 반드시 그렇지도 아니하옵니다."
"어떻게 그렇지 않다는 말씀인지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오."
그러자 張良은,
'영포 장군이 오래 전부터 항우를 꾸준히 섬겨 오고 있음은 사실이옵니다. 그러나 지난번에 영포가 항왕의 명령을 받고 태공과 여 왕후를 되잡아 가려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일을 기지고, 항왕은 영포 장군을 末將에게나 하는 것처럼 무시하고 매도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자 英布는 項羽에게 크게 실망하고 지금은 九江으로 물러가, 속으로 항우와 결별하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중이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유능한 說客을 보내, 利害로 설득만 잘하면 영포를 충분히 유인해 올 수 있을 것이옵니다."
張良은 그야말로 천하의 정세뿐만이 아니라 남의 마음속 까지 꿰뚫어보고 있듯이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한왕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그러면 누구를 說客으로 보내면 되겠습니까 ?"
하고 물었다.
"지금 六安에 수하(隨何)라는 賢人이 살고 있사온데, 영포를 설득할 사람은 오직 그 분이 있을 뿐이옵니다. 대왕께서는 그를 초청하시어 그 일을 간곡히 부탁해 보시옵소서."
한왕은 그 말을 듣고 ,
"수하라는 현인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가 그토록 유능한 세객인 줄은 몰랐소이다. 그러면 선생의 말씀대로 그 분을 초청하여 부탁을 해보겠소이다."
漢王이 隨何를 초청하여 간곡히 부탁하니, 수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대왕 전하께서 이르시는 일이니 소생이 전력을 다해 보겠사옵니다."
그 길로 隋何는 길을 떠나 英布가 있는 九江에 도착하자 즉시 사람을 내세워,
"六安에 살고 있는 野人 한 사람인 수하가 영포 장군의 高名을 사모하여, 뵙고자 찾아왔사옵니다."
하며 영포에게 면회를 신청하였다.
영포는 수하의 면회 요청을 받고, 謨士 비혁(費赫)을 불러 물었다.
"육안에 살고 있는 수하라는 현인이 나를 만나러 왔다고 하는데, 그가 무슨 일로 나를 만나자 하는 것같소 ?"
그러자 비혁이 한참동안 생각하더니 말한다.
"수하는 漢王의 부탁을 받고 主公을 만나러 왔을 것이옵니다."
"漢王의 부탁으로 ? 한왕이 무슨 일로 그 사람을 나에게 보내 왔다는 말이오 ?"
"漢王은 彭城에서 大敗하고 난 뒤, 項王에게 설욕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나 항왕을 당해 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수하를 보내어 주공을 설득하려고 왔을 것이 분명합니다."
"한왕이 항왕을 치기 위해 나를 설득하려 한다 ...? 한왕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수하라는 사람을 보냈다면 그 사람을 한번 만나 보는 것도 좋을것 같구려."
영포는 곧바로 응할 뜻을 보였다. 그러자 費赫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主公께서 漢王의 請에 응하실 생각이 계시더라도, 수하를 곧바로 만나셔서는 아니 되옵니다. 지금은 몸이 불편하니 후일에 다시 찾아오라고 면회를 일단 거절해 버리십시오. 그러면 수하는 그냥 돌아가지 아니하고 반드시 저를 찾아오게 될 것이옵니다. 그러면 제가 수하를 먼저 만나서 主公에게 유리하도록 의견을 조정하겠습니다."
英布는 費赫의 조언을 옳게 여겨 수하의 면회를 거절해 버렸다.
그러나 면담을 거절당했다고 그냥 돌아와 버릴 수하가 아니었다.
(멀쩡한 英布가 아프다는 핑계로 면회를 거절한 것은 누군가 배후에서 조종을 하는 것이 틀림 없는데, 그 사람이 누구일까 ?)
수하는 영포를 조종한 배후 인물을 다 방면으로 조사한 끝에, 마침내 謨士 費赫이 배후의 인물임을 알아냈다.
그리하여 바로 비혁에게 면담을 신청하였다.
비혁은 수하가 찾아올 것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던 터라, 수하를 정중히 맞아들였다.
그리고 시치미를 떼고 이렇게 물어 보았다.
"貴公은 누구이신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오셨소 ?"
수하가 대답한다.
"저는 여기서 멀지 않은 <六安>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이름은 '수하'라고 합니다. 지금은 漢王이 머물러 계시는 영양성에 살고 있는데, 그동안 전쟁 때문에 고향에 오랫동안 가지 못했다가, 시국이 안정되었기로 조상들의 성묘를 하고자 고향에 들른 것이옵니다."
"성묘를 오신 분이 나는 왜 찾아오셨소 ?"
"저는 평소부터 영포 장군의 威德을 무척 흠모하고 있었기에 고향에 왔던 길에 영포 장군을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장군께 면회를 신청하였으나, 장군이 신병중이라고 하면서 만나기를 거절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선생을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면회를 거절 당했으면 그냥 돌아가실 일이지, 나까지 찾아오실 이유라도 있습니까 ?"
"처음에는 그냥 돌아갈까 생각도 하였으나, 英布 장군이 면회를 거절하신 이유가 혹시나 나를 漢王이 보낸 說客으로 오해하신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와 같은 오해도 풀겸, 선생을 찾아온 것입니다. 바라옵건데 선생은 영포 장군께서 그런 오해를 품지 않으시도록 부탁드리옵니다."
"알겠소이다. 그런 부탁이라면 내가 주공에게 잘 말씀드려 오해를 안 하시도록 하겠소이다."
이렇게, 수하는 자신의 정체를 일단 숨겨 놓고 나서, 이번에는 혼자말 비슷하게 개탄하는 말을 던진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英布 장군을 만나러 왔다가 크게 실망하고 돌아가는구나."..
費赫은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반문하였다.
"主公에 대해 실망을 하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 무엇때문에 실망하셨다는 말씀이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