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92
# 列國誌 92
** 楚漢誌 14
※ 戰時軍法의 嚴正함
破楚大元帥 韓信은 <戰時 軍法> 을 제정 선포한 바로 그날 밤 子時 (자정무렵)에, 全軍 指揮官會議 소집령을 발령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새로 선포한 法令을 지휘관들이 어느정도로 잘 지키는지 직접 확인 점검해보기 위하서였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모든 지휘관들은 시간에 늦지 않고자 '불알이 鐘소리나게' 달려와 元帥府에 집합하였다. 평소 정신 훈련을 칼바람나게 시켜둔 결과였다.
韓信은 내심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副官에게 命한다.
"시간이 다 되었으니 轅門(원문)을 닫고 이제부터는 누구라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누가 오지 않았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보 겠다. 韓信은 將軍들을 한 명씩 呼名해가며 출석을 직접 점검하였다.
모든 將軍 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나와 있었으나 한 사람, 監軍大將 殷蓋가 보이지 않았다. 감군 대장 은개는 자신의 지위와 職責이 높고 漢王과 私的 친분이 두터운 것을 믿고 은연중 韓信을 깔보는 마음이 생겨 의도적으로 늦게 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따라서 그가 元帥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轅門(軍문, 營門 또는 軍營의 境內)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은개는 원문이 닫혀 있자 守門將에게 호통을 쳤다.
"내가 왔으니, 원문을 열어라."
그러나 守門將은 門앞을 막아서며,
"누가 와도 원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大元帥님의 嚴命이 계셨사옵니다."
"이놈아 ! 내가 누구인데, 나에게 감히 그런 소리를 하느냐? 네 놈은 내가 監軍 大將인 것을 모르느냐 ! "
"將軍께서 監軍大將이심을 제가 어찌 모르오리까? 그러나 大元帥께서 누가 와도 내 허락없이는 원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嚴命이 계셨습니다."
은개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大元帥라는 사람이 이런 사소한 것까지 까다롭게 해서야 말이 되는 소리냐 ?!
그러면 네가 元帥府에 달려가서, 내가 왔으니 門을 빨리 열게하라고 傳해라."
마침 그때, 侍從 武官이 달려나와 門을 열어 주며 은개에게 말한다.
"大元帥께서는 監軍大將이 오셨다는 말씀을 들으시고 元帥府로 모셔오라는 분부를 하셨습니다."
은개는 내심,
(그러면 그렇지 ! 제가 감히 나를! )
그렇게 생각하며, 당당한 걸음으로 韓信과 많은 將軍들 앞에 의젓하게 나타났다.
韓信은 은개를 보자,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大王의 命을 받들고 오늘, <戰時 軍法>을 公布한 바 있소. 각 指揮官 들의 출동 상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비상소집을 발령 했는데, 다른 將軍들은 軍令을 지켜 모두 제 시간에 元帥府에 도착 하였으나, 貴官은 監軍 大將이라는 重責을 맡고 있으면서도 軍令을 지키지 않으니, 이래 가지고 軍務를 어떻게 수행해 나갈 생각이오 ?"
韓信이 차분하게 타이르듯 말하자, 은개는 당당하게 버티고 서서 오히려 韓信을 나무라듯 말한다.
"나도 긴급 소집령을 받기는 하였소. 그러나 공교롭게도 가까운 친구가 찾아와 술을 한 잔씩 나누다 보니, 시간이 약간 늦었소이다. 너그럽게 용서하오."
말은 그렇게했지만, 늦게 온 것을 未安해 하는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韓信은 다시 단호한 어조로,
"貴官은 軍令을 받고도 그것을 지키지 않았으니, 이것은 軍令을 가볍게 여긴 증거요. 軍令에는 이유나 변명이 있을 수 없소. 따라서 軍法에 따라 斷罪 하겠소."
그리고 좌우를 돌아보며 命한다.
"여봐라 ! 軍律을 어긴 은개를 당장 포박하라 ! "
殷蓋는 모든 將軍들이 보는 앞에서 포박을 당하자, 자신도 모르게 전신을 떨기 시작한다.
韓信은 목소리를 가다듬어 다시 한 번 꾸짖는다.
"그대는 듣거라. 大將이라는 지휘관은 軍令을 받으면 그때부터는 집을 잊어야 하고, 作戰 명령을 받으면 부모와 가족도 돌보지 말아야 하고, 戰鬪가 시작되면 자기 자신의 목숨도 돌보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그대는 오래 전부터 國祿을 받아 오면서, 어찌하여 私私로운 일로 國事를 그르친다는 말이냐 ?"
韓信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軍政司를 불러 묻는다.
"은개 장군은 法令을 어기고 늦게 출두했는데, 그 罪는 어느 항목에 해당하오 ?"
軍政司 曺參이 앞으로 나와 대답한다.
"시간에 늦게 온 것은 '慢軍之罪'에 해당하며, 斬刑에 처하도록 되어 있사옵니다."
"그러면 法令대로 은개를 당장 끌어내 斬刑에 처하도록 하오."
그야말로 秋霜 같은 명령이었다."
은개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원문 밖으로 끌려 나오는데, 번쾌의 모습이 눈에 띄자 번쾌에게 눈짓으로 자기를 구해 줄 것을 호소한다.
그러나 번쾌는 大元帥 임명식 때의 일이 떠올라, 은개의 求名 운동 같은 것은 감히 입도 떼지 못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은개의 副官은 그 사실을 쏜살같이 달려가 漢王에게 알렸다.
"大元帥께서 지금 은개 장군을 斬刑에 처하려고 하시옵니다. 大王께오서는 시급히 은개 장군의 斬刑을 중지시켜 주시옵소서."
漢王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란 나머지 丞相 簫何를 불러, 걱정스럽게 말한다.
"韓信 將軍은 出兵도 하기 전에 은개 장군을 斬刑에 처한다고 하니, 이런 불상사가 어디 있단 말이오. 將軍들을 이렇게 다룬다면 우리가 敵을 어떻게 이겨낼 수가 있겠소? 丞相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丞相 簫何는,
"大王께서 三軍 統帥權을 韓信 將軍에게 이미 맡기셨으니, 간섭하지 얂으심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또 한번 놀란다.
"三軍의 통수권을 韓信 장군에게 맡긴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렇기로 將軍을 함부로 죽이려는 것을 알고서 어찌 모른척 하고 있으라는 말씀이오."
簫何가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사정을 알아 보니, 은개 장군은 분명히 軍法을 범한 罪人이었사옵니다. 大元帥가 罪人을 處斷하려는 것을 어찌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겠사옵니까? 司令官의 命이 서지 않는다면 어떻게 전쟁을 수행해 나갈 수 있겠사옵니까? 犯法者 한 사람을 求려다 軍 전체의 紀綱이 문란해진다면, 그 군대는 烏合之卒이나 다름없는 군대가 되어버리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은개를 처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이라할 수 있사 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은개와의 私私로운 情을 저버릴 수가 없어,
"殷蓋 장군은 나와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오. 처벌을 하더라도 죽이지만 않했으면 좋겠소."
그러자 簫何가 숙연한 표정으로,
"자고로 王法無親( : 王法에는 친분이 없다)이라는 가르침이 있사옵니다. 大王께서 나라를 다스리시는데 親疏를 가려 법을 집행하신다면,
("趙國이에게 마음의 빚이 있으니 그만 놓아주었으면 한다"는 말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실 것 이옵니까?
이 문제는 더이상 거론하지 않으심이 좋을 것이옵니다."
簫何는 마지막 쐐기를 박아 놓고 아예 御殿에서 물러가 버리는 것이었다.
漢王은 簫何의 진언이 정당함은 알고있기는 하였 지만 殷蓋가 목이 잘려 죽는다고 생각하니,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에 漢王은 廣野君(여이기 노인)을 급히 불러 명했다.
"내가 詔書를 써드릴 것이니, 卿은 韓信 장군에게 급히 달려가 은개를 죽이지는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해보시오."
여 노인은 조서를 가지고 말을 달려 刑場으로 急히 와 보니, 때마침 刑吏들이 은개의 목을 베려고 형틀위에 올려 세우고 있었다.
말을 달려 오던 ,여 노인은 멀리서부터 손을 휘저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 大王의 조서를 가지고 왔으니, 처형을 멈춰라 ! "
그런 後, 元帥府로 달려가고자 하였으나, 轅門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大王의 조서를 가지고 大元帥를 만나러 오는 길이다. 시간이 急하니, 어서 원문을 열어라."
그러나 轅門 경비병들은 門을 열어 주기는 커녕, 여 노인을 다짜고자 말에서 끌어내려 땅바닥에 꿇어앉히는 게 아닌가?
"누구를 막론하고 營內에서는 말을 달리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廣野君 께서는 法을 무시하고 말을 몰아 달려오셨으니, 이 사실을 대원수께 보고하여 처분을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守門將이 韓信에게 달려가 여 노인의 일을 보고하니, 韓信은,
"營內에서 말을 달리지 못하게 한 것은, 敵의 기습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여 大人께서도 그만한 軍律을 잘 알고 계실텐데, 왜 그러셨지? 이상하구나. 혹시 여 대인께서 大王의 특명이라도 가지고 오셨는가 ?"
그러자 守門將이 대답한다.
"여 대인께서 大王의 詔書를 가지고 오신 것은 사실이옵니다."
그러자 韓信은 軍政司 曺參을 불러 물어 본다.
"營內에서 말을 달린 자는 어떻게 처벌하도록 되어 있소 ?"
"營內에서 말을 달린 자는 輕軍罪로 斬刑에 처하게 되어 있사옵니다."
韓信은 잠시 생각하다가,
"여 대인도 법을 어겼으니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옳을 일이오. 그러나 여 대인은 大王의 詔書를 가지고 오셨다고 하니, 여 대인을 대신 하여 그의 馬夫를 참형에 처하도록 하시오."
大元帥의 命에 의하여, 여 노인의 마부와 監軍大將 殷蓋의 목이 동시에 잘려 나갔다.
여 노인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혼비 백산하여 大闕로 급히 돌아가 漢王에게 사실대로 아뢴다.
"臣이 만약 大王의 詔書를 가지고 가지 않았더라면, 臣도 틀림 없이 목이 잘렸을 것이옵니다.'
漢王은 그 말을 듣고 크게 怒하며, 丞相 簫何를 불러 따지듯이 꾸짖는다.
殷蓋에게 特赦를 내린다는 조서를 보냈지만, 韓信은 조서를 보기도 전에 은개를 죽여 버렸 을뿐아니라, 여 대인의 馬夫까지 함께 죽였다고 하니, 세상에 이런 不忠스러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이오 ?"
簫何가 머리를 조아리며,
"본시 장수가 전쟁에 임했을 는, 御命이라하더라도 듣지 아니할 수있는 법이옵니다. 그것은사령관의 권한에 속하는 일이옵니다.
"君命有所不受" 라는 말이온데,
그것은 중국 春秋時代, 齊나라 景公때, 齊나라는 晋과 燕의 침략을 받았는데, 제나라가 계속 敗하여 위기에 빠지자 宰相 晏瓔(안영)이 司馬穰苴(사마양저)를 大元帥로 천거하였사온데, 司馬穰苴는 자신의 출신성분이 비천하여 將卒들이 命에 잘 따르지않을 것을 저어하여 軍의 紀綱도 다잡고 감독할 '監軍大將' 을 별도로 임명해주도록 稟하였던바, 齊 景公은 자신이 총애하는 신하 莊賈를 임명하였사온데...
司馬穰苴는 莊賈와 이튿날 軍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로, 약속한 날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莊賈는 임금의 총애를 믿고 교만하여서, 시간을 어기고 저녁 때가 되어서야 나타났다하옵니다. 이에 司馬穰苴는 莊賈를 크게 꾸짖고 한칼에 목을 베어버렸다하옵니다.
齊王이 총애하는 臣下의 목을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베어버린 司馬穰苴의 유명한 古事이옵니다.
"아무리 그렇기로 은개 장군을 꼭 죽여야 할 이유가 어디 있었느냐 말이오."
"大元帥가 굳이 은개 장군을 斬한 것은, 권력이 있는 지체 높은 사람 하나를 죽임으로써 사령관의 권위와 명령의 확립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을 것이옵니다. 이번 일로 인해 ,다른 將軍과 병사들에게는 사령관의 위엄이 크게 보여졌을 것이고, 大元帥의 格이 한층 높아졌을 것이오니 大王께서는 조금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옵고, 韓信과 같은 인물을 破楚 大元帥로 임명하신 것을 다행으로 여기소서. 이제는 項羽 따위는 두려워하실 바가 아니옵니다."
漢王은 그 말에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 문득 여 노인에게 이렇게 물어 보았다.
"丞相의 말씀을 들어 보면, 韓信 장군이 훈련을 잘 시켜 놓아서, 우리 군사들이 막강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하는데, 광야군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
여 노인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臣의 馬夫가 안타깝게 희생된 일을 생각하면, 韓信 장군의 처사가 지나친게 아니냐는 생각도 없지 않사오나, 솔직히 말씀드리오면, 韓信 장군이 군사 훈련을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시킨 덕분에, 지금 우리 軍의 전투력은 어느나라도 당해 내지 못할 만큼 막강해 진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項羽도 언젠가는 韓信 장군의 손에 제압 당하고야 말게 될 것이옵니다."
"허어... 廣野君께서 보시기에도, 우리 軍이 그처럼 强軍이 되었다는 말씀이오 ?"
"예, 우리 군사들이 短期間에 이처럼 막강해진 것은, 韓信 장군의 調練 결과로 인한 것이옵니다."
"그러면 韓信 장군이 은개를 斬刑에 처한 것도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
"훈련으로 군사를 단련시키는 장수가 명령을 듣지 않는 者를 軍法에 의해 처단했으니, 어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오리까.?"
"殷蓋가 나의 친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斬刑에 처해 버렸는데, 그래도 잘했다는 말씀이오 ?"
여 노인은 잠시 숨을 고른 후에,
"그 옛날 戰國 時代에 천하의 명장이었던 孫武는 군율을 바로잡기 위해, 齊王이 총애하는 '吳姬'라는 궁녀의 목을 베어 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그와 같이 과감한 처방이 없이는 수천, 수만 군사의 軍律을 바로잡기가 어려운 것이옵니다. 大王께서는 그런 점을 해아려 주시옵소서."
漢王은 여 노인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느끼게되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성급했던 불찰을 성찰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韓信에게 御酒와 안주를 내려주면서, 치하의 조서까지 함께 내렸다.
<將軍은 나약했던 군사들을 軍法으로 다스리고 훈련으로 조련하여, 막강한 군대로 성장시켜 놓았으니 실로 고맙기 그지없소이다. 일찍이 천하의 명장이었던 孫武는 軍律을 확립하기 위해 齊王이 총애하던 궁녀를 斬刑에 처한 故事도 있거니와, 장군은 殷蓋가 나의 친구임을 알면서도 軍의 紀綱을 바로 잡기 위해 軍法에 의해 단호하게 처단했으니, 그 용기와 공정성에 감격해 마지않는 바이오.
이에 장군의 노고를 치하하는 뜻에서 약간의 酒肴를 보내 드리니 심신을 푸시기 바라오. >
韓信은 漢王이 내린 酒肴를 받고 나자, 즉시 入闕하여 漢王에게 謝恩 肅拜를 올리며,
"臣은 오로지 大王 殿下께 忠誠을 다하고자 法을 공정하게 執行했을 뿐이온데, 과분하신 찬수(饌需)를 내려 주시와 聖恩이 망극하옵나이다. 臣은 聖恩의 만 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고자 더욱 분골 쇄신하여 충성을 다하겠나이다."
그러자 漢王이 韓信의 손을 굳게 잡으며, 감격어린 소리로 말한다.
"楚覇王 項羽를 懲罰할 사람은 오직 韓 將軍뿐임을, 나는 이제야 확실히 깨달았소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