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列國誌 84

jahun 2021. 6. 23. 18:54

 

# 列國誌 84

** 楚漢誌 6

※ 韓信과 辛奇

韓信은 그 5 인의 군사들도 三秦王의 군사로 보이자 불문 곡직, 한칼에 베어 버리고 산속으로 말을 몰았다.
얼마를 달렸을까? 길은 끊기고 눈 밑에는 천길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길이 끊겼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
눈앞이 막막하여 망연 자실하게 서 있는데, 문득 張良이 알려주던 말이 떠올랐다.
"포증으로 가려면 陳倉이란 곳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오."
韓信은 張良의 말을 기억하고 陣倉으로 가고자 하였으나, 어느 방향으로 가야 진창으로 가는 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잠시 머뭇거리고 있을때, 나무꾼 하나가 짐을 지고 오고 있었다.
"여보시오. 길 좀 물어 봅시다. 진창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오 ?"
나무꾼은 나뭇짐을 내려놓더니, 먼 산을 가리키며 대답한다.
"저기 보이는 산을 넘어가면 잔솔밭이 나오고 거기를 지나면 난석탄(亂石灘)이라는 여울이 나옵니다. 그 여울의 돌다리를 건너가면 아미령(娥眉嶺)이라는 고개가 보이는데, 그 고개는 길이 워낙 험하여 말을 타지 못하고 걸어서 넘어가야 합니다."
"그 고개를 넘어 얼마나 더 가면 진창이라는 곳이 있소 ?"
"진창까지는 太白嶺이라는 고개를 또 하나 넘어야 하는데, 오늘중으로는 거기까지 도저히 못 갑니다. 그러니 도중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야합니다."
"도중에 자고 갈 만한 人家는 있습니까?"
"아미령 고개 밑에 주막이 하나 있지요. 그 집에서 자고 가도록 하오."
韓信이 張良으로부터 받은 지도를 살펴보니, 나무꾼의 말에 틀림이 없었다.
"길을 잘 알려 주어 고맙소이다."
한신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막 떠나려는데, 나무꾼이 묻는다.
" 어디를 가시는데 호랑이가 우글대는 저 산속을 혼자서 가려하시오 ?"
韓信은 어떨결에,
"나는 포증으로 漢王을 찾아가는 길이오."
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그런 後, 말을 몰아 가다가 별안간 아차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얼마전 군사 열 다섯을 죽이고 도망쳐 오는 길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關門 병사들이 추격해 올 것이 분명한데, 만약 나무꾼이 그들에게 나의 행로를 알려 주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
한신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로 뒤로 돌아가, 나무꾼을 한칼에 베어버렸다.
마음은 괴로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韓信은 괴로운 마음으로 나무꾼을 고이 묻어 주었다.
그리고 그의 명복을 빌며,
"오늘, 기구한 만남으로 내가 罪를 지었으니, 부디 용서하여주소서. 후일 반드시 그대를 후하게 장사지내 드리리다.
부디 저승에서 안락하소서 ...."
그런 後 아미령 고개를 넘어오니, 나무꾼의 말대로 산 밑에 주막이 한 채 있었다.
韓信은 그 집에 여장을 풀고, 괴로운 심사도 달랠겸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인상이 우악스럽게 생긴 장사 한 사람이 말도 없이 한신 앞에 털썩 마주앉더니,
"나는 이 집 주인이오. 당신은 項羽를 배반하고 劉邦을 찾아가면서 나무꾼은 왜 죽였소 ?"
하고 시비조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韓信은 가슴이 뜨끔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무 罪도 없는 나무꾼을 죽인 것이 양심에 찔려 무척 괴롭던 그였다. 그러기에 지금이나마 속죄하는 뜻에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놀 요량으로,
"내가 나무꾼을 죽인 것은 커다란 罪를 범한 것이오만 주인장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아셨소 ?"
하고 물어 보았다.
"주인은 술을 한잔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더니, 입가를 소매로 씻으며 대답한다.
"당신이 죽인 나무꾼은 바로 나의 이웃의 동생이오. 내가 만약 당신을 붙잡아 항우에게 넘겨 주면, 나는 항우에게서 큰 賞을 받을 수 있을거요. 그러나 나는 돈이 탐나 고자질이나 하는 그런 인간은 아니니. 그 점은 염려하지 마시오.'
韓信은 주인의 말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생면부지의 나를 ㄴ이처럼 관대하게 대해 주시니 고맙소이다 ... 그런데 보아하니 주인장은 이런 산속에서 술장사나 하실 분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연유로 이런 산중에 사시오 ?"
주인은 허허허! 너털웃음을 웃고 나더니,
"兄氏가 그렇게 물어 보시니, 우리 가문의 내력을 말하지요. 나는 周나라 때 충신이셨던 辛雷 장군의 後裔요. 내 이름은 신기(辛奇)라고 하는데, 선친인 '辛金'께서 秦始皇때 그의 학정을 피하여 이 산중으로 오셨던 바, 나도 오늘날 여기서 이렇게 술이나 팔아 먹고 산다오."
韓信은 신기가 명문가의 후예임을 알고 나자 새삼스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처럼 유수한 가문의 후예인데, 이런 산중에서 왜 지금까지도 술이나 팔고 사시느냐 말이오 ?"
그러자 신기는 정색을 하고 대답한다.
"兄氏가 그렇게 물어 보시니,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소. 나는 호구지책으로 술을 팔고 있기도 하지만, 지금도 밤낮으로 무예를 닦으면서 明主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오. 그런데 어젯밤에 희안한 꿈을 꾸고 나서 오늘은 兄氏를 만나게 되었으니, 내 마음이 매우 기쁘오이다."
"어젯밤에 어떤 꿈을 꾸셨기에 그러시오 ?"
"어젯밤 꿈에, 아미령 고개 너머로부터 난데없는 호랑이 한 마리가 마치 날아오듯이 달려 넘어오더란 말이오. 그래서 오늘은 대단한 손님이 오시는가 싶어, 아침부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오."
韓信은 그 말을 듣고 너털 웃음을 웃었다.
"대단한 손님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계셨는데, 나같이 변변치 못한 인물이 나타나서 미안하오이다."
그러자 신기는 손을 내저으며,
"兄氏가 누구신지는 모르나, 장차 위대한 인물이 되실 것만은 틀림이 없소."
하고 장담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끼지 않는다" 고 했던가?
韓信은 신기의 말에 감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
서로간에 대화가 솔직하다 보니, 韓信은 자신의 정체를 솔직하게 말해 주고 나서,
"項羽는 사람을 몰라 보는 愚將이었소. 그러나 漢王 劉邦은 知人之鑑하고, 성품 또한 寬仁大度한 明主라고 하오. 그러니까 兄公도 나와 함께 한왕을 찾아가, 功名을 천하에 떨져 보십시다. 兄公 같은 분이 어찌 이런 산속에서 썩어 지낸단 말이오."
하고 설득 하였다.
"......"
신기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술 한 사발을 천천히 들이키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외다. 그러나 나에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이곳을 떠날 형편이 안되오이다. 그런데 내가 살펴보니, 장군은 한왕을 찾아가면, 重用되실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만약, 후일에 장군이 군사를 일으켜 楚나라를 치게 되시면 반드시 이 길로 오시도록 하시오. 楚나라를 치는 데는 이 길이 가장 가까울 뿐만 아니라, 이 길은 누구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은 지름길 이기도 하지요."
韓信은 그 말을 듣고, 신기의 손을 힘차게 움켜잡았다.
"좋은 것을 알려 주어서 고맙소이다. 내가 장차 楚나라를 치게 되면 반드시 이 길로 올테니, 그때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시오. 兄公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소이다.'
이날 밤 한신은 신기와 함게 이야기로 밥을 새웠는데, 신기의 대접이 너무도 융숭한 데 감격하여, 마침내 두 사람은 결의 結義兄弟까지 맺게 되었다.
(우리 친구 중에도 '신기'가 있음에랴^^)
다음날 아침, 한신이 길을 떠나려 하자, 신기는 등에 활과 화살을 메고 따라나서며 말한다.
"저기 보이는 저 산은 兩脚山 이라고 합니다. 길이 험할 뿐만 아니라 숲속에는 호랑이가 득실거려, 장군께서 혼자 가시다가는 반드시 호환(虎患)을 당하시게 됩니다. 고개 너머까지는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데, 호랑이들이 여기저기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호랑이들은 웬일인지 신기를 보기만 하면 슬금슬금 피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호랑이들이 兄公을 보기만 하면 꽁무니를 빼고 있으니, 어떻게 된 일이오 ?"
신기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제가 워낙 이 놈들을 많이 쏘아 잡았기 때문에, 호랑이는 역시 靈物인지라 저만 보면 피해버린답니다.'
바로 그때였다.
우거진 숲속에서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두 사람을 향하여 벼락같이 달려드는 것이었다. 호랑이가 이렇듯 질풍같이 덤벼오는 것을 보는 순간, 한신은 본능적으로 말에서 뛰어내려 눈을 질끈 감은채, 풀밭에 납작 엎드렸다.
평소에는 勇將으로 자부해 오던 한신이었지만, 질풍같이 기습해 오는 호랑이는 당해 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신기는 이처럼 위급한 순간에도 무슨 재주를 어떻게 부리는지, 별안간 허공에,
"쌔액 ! 쌔액 ! "
하는 날카로운 화살 나는 소리가 연거푸 들리더니, 커다란 호랑이가 '쿠어엉! 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땅바닥에 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한신이 그제야 눈을 떠 보니, 호랑이는 땅바닥에 나가 떨어져 네 다리를 버둥거리며 죽어가고있는 것이 아닌가? 한신은 너무도 놀라워, 벌떡 일어나 호랑이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아니, 어느 순간에 무슨 재주로 호랑이를 이렇게!.."
한신이 죽어가는 호랑이를 살펴보니, 호랑이 마빡에는 두 대의 화살이 깊숙히 박혀 있었다.
얼마나 힘차게 활을 쏘았던지, 화살이 너무도 깊이 박혀 있어서 화살의 꼬리만 겨우 보일 정도였다. 그 것도 얼마나 정확히 쏘았는지, 두대의 화살이 마치 하나로 보일 지경이었다.
"화살을 이렇게도 정확하게 ...."
한신은 감탄해 마지않다가,
"兄公은 李廣 장군보다 더 훌륭한 明弓手구려 ! "
하고 말했다.
"이광 장군이오 ? 이광 장군은 어떤 사람입니까 ?"
"이광 장군이라고 얼마 전까지 右北平太守로 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은 궁술로는 천하의 명인이었소. 화살의 힘이 얼마나 세었던지, 호랑이를 쏜다는 것이 그만 바위를 쏘아서 화살이 바위속에 깊이 박혔다는 일화도 있다오."
"하하하, 화살이 바위에 박혔다고요 ? 그게 사실입니까 ?"
"사실이고말고요. 내가 왜 兄公에게 그런 거짓말을 하겠소.'
"그거 참 흥미로운 애기로군요. 기왕이면, 그 애기를 좀더 자세히 들려주시지요."
"兄公이 원하시니 들려 드리죠."
그리고 한신은 이광 장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광은 대대로 弓術로 유명한 가문의 태생이었다. 이광은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숲속에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고 화살을 쏘아 맞혔다. 그런데 정작 가까이 가 보니, 호랑이라고 본 것은 호랑이가 아니고 바위였는데, 화살은 그 바위에 깊숙히 박혀 있었던 것이다.
이광 자신도 놀라워서, 바위를 향해 화살을 다시 쏘아 보았지만, 그때에는 아무리 쏘아도 화살이 바위에 박히지 않는 것이었다.
....
신기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화살을 쏘게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실상은 이 호랑이가 나에게 원수를 갚으려고 덤벼 왔기 때문에 저 역시 생사를 걸고 쏘아서 명중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한신은 <호랑이가 원수를 갚으려고 덤벼 왔다>는 소리를 듣고 놀라며 물었다.
"호랑이가 원수를 갚으러 오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
신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장군께서 이미 보셨지만, 이 산중에 있는 호랑이들은 저만 보면 슬슬 꽁무니를 빼는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오늘 덤벼 온 이 호랑이만은 죽음을 각오하고, 저에게 원수를 갚으로 온 것입니다."
"원수를 갚으러 오다니, 兄公에게 무슨 원수를 갚으러 왔다는 말씀이오 ?"
"실상은, 수일 전에 제가 암 호랑이 한 마리를 쏘아 잡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잡고 보니, 그놈의 뱃속에는 새끼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저런 ! "
"새끼 밴 놈을 쏘아 잡아서 안되었구나! 싶었지만, 이미 쏘아 죽인 것을 어떡합니까? 죄책감을 느끼기는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지요."
"아, 알겠소이다. 그러니까 마누라와 새끼의 원수를 갚으러 온 숫 호랑이가, 바로 이 호랑이였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마누라와 새끼의 원수를 갚으려고 죽음을 각오하고 덤벼들었지만, 제까짓 게 저를 당할 수는 없지요. 허허허."
韓信은 신기의 초인적인 담력과 궁술에 거듭 감탄하면서,
"兄公과 동행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저승에 갔을 것이오."
"장군께서는 무슨 말씀을 ! 하늘이 아시는 어른을 호랑이가 감히 해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두 사람이 다시 말을 달려 寒溪嶺에 이르자, 신기는 말을 멈추고 한신에게 말한다.
"저기 보이는 곳이 南鄭關입니다. 거기서부터는 漢나라 땅이니까, 안심하고 가십시오. 저는 여기서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한신은 작별이 아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이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兄公도 나와 같이 漢王을 찾아 가십시다."
그러자 신기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저도 장군과 함께 漢王을 찾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러나 제게는 80 넘은 老母가 계셔서, 집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서 못 가겠다는 데는 어쩔 수가 없었다.
"사정이 그렇다면, 약속이라도 해둡시다. 후일에 내가 楚나라로 쳐들어가게 되면, 兄公은 꼭 나를 도와 주시오."
" 여부가 있겠습니까? 장군께서 楚나라로 쳐들어 가신다는 소식만 들려 오면, 저는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가겠습니다."
"고맙소이다. 그러면 그때 다시 만납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굳게 다잡고 다짐을 해 두었다.
이렇게 韓信은 많은 난관을 뚫고, 드디어 漢나라 땅에 들어서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