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83
# 列國誌 83
** 楚漢誌 5
※ 韓信의 脫出
英布와 오예, 季布는 義帝를 죽인 뒤, 그 사실을 范增에게 보고하기 위해 彭城으로 달려왔다.
范增은 義帝를 弑害했다는 보고를 받고, 까무러칠 듯이 놀라며 탄식한다.
"義帝는 그 옛날 武信公 : 項羽의 叔父인 項梁)이 大王으로 받들어 모신 어른이다. 그런 분을 시해했다니, 그것은 臣下로써 용서받지 못할 짓이다.
또한 만약 項王이 咸陽을 버리고 彭城으로 遷都하면, 얼마 안가 劉邦이 咸陽으로 쳐들어 올텐데,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안되겠다. 내가 빨리 침주로 가서 咸陽으로 再 遷都하도록 諫言을 드려야겠다."
그러자 季布가 말한다.
"지난번에 韓生이 項王께 咸陽으로 천도하라는 諫言을 올렸다가 烹殺( 팽살 : 삶아죽임)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丞相께서는 어쩌시려고 그런 諫言을 또 드리시겠다는 말씀입니까 ?"
范增이 다시 말한다.
"만약 咸陽을 버리고 彭城으로 천도했다가는, 우리 모두가 劉邦에게 포로가 되는 신세를 면치 못 하게 될 것이오. 그러니 모두가 합심하여 함양으로 再 遷都하도록 말씀 드려야 하오. 이것은 우리들 모두의 生死가 걸린 문제요."
范增은 季布에게 팽성을 지키게 한 뒤, 英布, 오예 等과 함께 침주로 급히 돌아와 보니, 項羽는 팽성으로 천도하려고 짐을 꾸리고 있었다.
項羽는 義帝를 죽여버렸다는 보고를 받고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후, 이제야 심복지환(心腹之患)을 제거해 버렸구나 ! "
그러나 范增은 심각한 얼굴로 말한다.
"大王 전하 ! 전하의 심복지환은 義帝가 아니옵고 劉邦이옵니다. 만약 우리가 咸陽을 비워두고 彭城으로 천도를 하면, 劉邦은 몇 달 안에, 大軍을 거느리고 咸陽으로 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項羽는 그 말을 듣자, 소리를 내어 크게 웃는다.
"亞父는 웬 걱정이 그리도 많으시오. 劉邦이 그렇게도 무서우시오 ? 그자는 巴蜀으로 들어갈 때, 棧道를 제 손으로 모조리 태워 버렸소. 그것은 다시는 咸陽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게다가 巴蜀에서 나오는 길목은 우리의 三秦王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 劉邦이 새가 아닌 바에야 어떻게 咸陽으로 나올 수 있단 말이오 ?"
張良이 일찍이 巴蜀으로 통하는 棧道를 모조리 태워 버린 것은, 項羽의 경계심을 없애려는 計略이었는데, 項羽는 그 計略에 장량의 예상대로 속아넘어간 것이었다.
그러나 范增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大王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크게 잘못된 판단이시옵니다. 대왕께서 彭城으로 옮겨가시면, 三秦王들의 경계 또한 절로 느슨해질 것이니, 어떻게 그들만 믿고 안심할 수 있겠사 옵니까 ?"
項羽는 范增의 말을 건성으로 흘려들으며,
"劉邦이 咸陽으로 나올 野心이 있다면, 어째서 나올 길을 제 손으로 끊어 버렸겠소?. 그 한 가지 사실만 보아도, 劉邦은 모든 野心을 포기해 버렸음을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오 ?"
그러나 范增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劉邦은 결코 野心을 포기해 버릴 사람이 아니옵니다. 더구나 그의 휘하에는 張良이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하옵니다."
"으하하하, 이제는 張良이 아니라, 張良의 할애비가 온다해도 나를 어쩌지 못할것이오. 나는 이미 彭城으로 遷都할 것을 만 천하에 공포했으니, 빨리 짐이나 꾸립시다."
項羽의 결심은 요지 부동이었다.
英布가 옆에서 듣다 못해,
"大王 전하 ! 丞相께서 이처럼 말씀하시니, 만전을 기하기 위해 , 팽성보다는 함양으로 다시 가 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하고 한마디 거들고 나왔는데...
그러나 項羽는,
"그대가 무얼 안다고 끼어들어 잔소리를 해대는가 ?"
하고 즉석에서 면박을 준다.
이에 范增은 더 이상 말을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를 물러 나오고 말았다.
한편, 韓信은 張良과 작별하고 劉邦을 찾아 떠나려다가 우선 都衛 (도위 : 수도방어 사령관) 陣平의 집에 들렀다. 陣平은 평소부터 劉邦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韓信은 陣平의 마음을 떠보려고,
"項王이 咸陽을 비워둔채로 팽성으로 천도하고 나면, 漢王 劉邦이 반드시 咸陽으로 쳐들어올 것 같은데, 장군께서는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陣平은 한동안 생각하더니, 한숨을 쉬면서 대답한다.
"項王은 彭城으로 천도하고 싶어서 義帝를 죽이기까지 하였소. 게다가 諫議大夫 韓生을 천도를 반대한다고 그를 끓는 기름속에 삶아죽여버렸소. 이래 가지고 민심을 어떻게 이끌어 가려는지, 나로서도 도저히 이해할 길이 없구려. 그에 비하면 漢王 劉邦은 寬仁厚德하고 포부도 커서, 후일에 大成할 것이오. 그러니 韓公은 여기서 썩지 말고, 漢王 劉邦을 찾아가 뜻을 한 번 마음껏 펼쳐보도록 하시오."
韓信은 그 말을 듣고 용기백배하여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밝혔다.
"실은, 저는 지금 巴蜀으로 韓王을 찾아가려고 나선 길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巴蜀으로 가려면 수많은 關門을 거쳐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그런 關門들을 무사히 통과할 수가 있을지 그 일이 걱정스러워 장군을 뵈러왔습니다."
"그 문제라면 조금도 걱정하지 마시오. 모든 관문을 總管하고 있는 책임자가 바로 나요. 통과패(通過牌)를 내줄 테니, 가지고 가시오."
그러면서 陣平은 즉석에서 <關門 通過牌>를 내주었다.
'관문 통괘패'는 , 지나가는 지역의 위수(衛戍) 司令部에서 물과 식량, 타고온 말(馬)까지 바꿔 타고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막강한 것이었다. 그러한 <관문 통과패>를 받아 쥔 한신은 뛸 듯이 기뻤다.
韓信은 陣平에게 두 손을 모아 감사하며 말했다.
"將軍!
감사합니다. 후일, 제가 大成하게 되면 오늘의 장군의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陣平도 韓信의 손을 굳게 잡으며 말한다.
"漢王을 뵙거든 부디 충성을 다해 성공하도록 하시오. 나도 언젠가는 漢王을 찾아가게 될지 모르오."
韓信은 陣平과 작별하고, 巴蜀을 향하여 말을 달려나간다.
그런데 范增은 평소에도 劉邦을 경계하느라고 관문을 철저히 지키라는 엄명을 내려 두었기 때문에, 비록 통과패가 있어도 관문을 쉽게 통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韓信이 처음으로 당도한 관문은 安平關이었다.
안평관의 守門將은 韓信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한신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묻는다.
"韓 公께서는 무슨 일로 어디를 가시기에, 혼자 오셨습니까 ?"
"나는 왕명을 받들고, 三秦王을 만나러 가는 길이오."
"그러시다면 언제쯤 돌아오실 예정입니까 ?"
"아무리 늦어도 모레까지는 돌아오게 될 것이오."
수문장은 그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어서, 韓信을 그대로 통과시켜 주었다.
그러나 韓信은 사흘이 지나고 나흘이 되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자, 수문장은 당황하여, 范增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긴급 보고를 올렸다.
范增은 그 보고를 받아 보고 대경 실색한다.
"나는 韓信이라는 者가 마음에 걸려서, 그 者를 大將으로 발탁하든가 아니면 죽여 없애자고 했는데, 項王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있다가 기어코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韓信은 劉邦을 찾아간 것이 분명하니,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자를 도중에 체포해 와야 한다."
范增은 모든 關門에 <韓信 체포령>을 내렸다.
項羽는 韓信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大怒한다.
"韓信이라는 그 겁쟁이가 나를 배반하고 떠나다니, 이럴 수가 있는가 ! "
范增은 韓信에게 겁쟁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項羽를 원망하듯 말한다.
"韓信은 겁쟁이가 아니옵고, 稀代의 將軍 깜이옵니다. 韓信이 劉邦을 돕게 되면 우리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우환이 될 것이오니, 어떤 일이 있어도 그 者가 巴蜀에 가지 못하도록 도중에서 체포해야 합니다."
項羽는 그 말을 듣고 大將 鐘離昧를 불러 軍令을 내린다.
"그대에게 騎兵 2 백을 줄테니, 韓信을 추격하여 그자를 체포해 오든지 아니면 베어 버리든지 하시오"
鐘離昧는 2백 騎의 군사를 거느리고 安平關으로 달려와, 수문장에게 물어본다."
守門將은 사실대로 보고하고 나서,
"이곳을 통과한 지 이미 닷새가 지났으므로 지금쯤은 국경 부근까지 갔을 것이옵니다. 장군께서 직접 추격하시기에는 너무 늦었으니, 차라리 三秦王들에게 비각(飛脚)을 보내 그들로 하여금 쫒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그럴 성싶어, 종리매는 三秦王들에게 韓信을 쫒게 하고 자기 자신은 침주로 돌아와, 項羽에게 사실대로 告한다.
項羽는 보고를 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가 버렸다면 그냥 내버려두시오. 남의 사타구니 밑을 기어나온 겁쟁이가 어디 간들 무슨 큰 일을 해낼 수 있겠소? 巴蜀으로 가는 길이 모두 끊겨 버렸다니까, 韓信은 劉邦에게 가고 싶어도 길이 없어 못 갈 것이오. 그러나 만일을 위해서, 呂臣과 從公 等, 두 장수로 하여금 咸陽을 지키게 하고, 우리는 예정대로 彭城으로 옮기도록 합시다."
이렇게 項羽는 모든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코 도읍을 팽성으로 옮기고야 만다.
한편, 韓信은 安平關을 무사히 통과하고, 다음 관문인 大散關도 무사히 통과하였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길이 너무도 험하여 張良으로부터 받은 지도를 펴놓고 간도(間道 : 사잇길)를 찾아 보고 있는데, 별안간 저 멀리서 十餘 騎의 군사들이 말을 달려 오고 있었다.
韓信은 아무것도 못 본척, 말을 천천히 몰아갔다.
군사들이 가까이 다가오며 소리를 높혀 물었다.
"그대는 성명이 어떻게되는가 ?"
韓信은 말을 멈추며 대답했다.
"나는 李珍이란 사람이오."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인가 ?"
"포증에 친척이 있어서, 친척을 만나러 가는 중이오."
"關門 通過牌가 없을텐데, 무슨 재주로 관문을 통과했는가 ?"
"통과패가 없다면 關門을 어떻게 통과했겠소? 통과패가 여기 있으니 잘 보시오."
군사들이 통과패를 돌려 보느라고 방심하는 순간, 韓信은 허리에 차고 있던 張良이 준 예의 그 寶劒을 뽑기가 무섭게 십여 명의 병사들을 눈깜짝할 사이에 모조리 베어 버렸다.
그리고 난 後, 말을 달려가려는데 반대편에서 다섯 명의 군사들이 또다시 달려 오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