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列國誌 78

jahun 2021. 6. 14. 21:41

 

# 列國誌 78

** 張良과의 이별

張良은 항우와 작별을 하고 覇上으로 돌아와 유방에게 아뢴다.
"항우의 허락을 받아 왔사오니, 巴蜀으로 신속히 떠나도록 하시옵소서. 만약 范增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또 무슨 일을 시도할지 모르옵니다."
유방은 부모를 그대로 두고 떠나는 것이 지극히 가슴 아팠지만, 지금의 형편에서는 그대로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방이 군사들과 함께 覇上을 떠나려고 하자, 수십 명의 노인들이 몰려와 눈물을 흘리며 호소한다.
"저희들은 그동안 沛公 德에 편안히 살아갈 수가 있었사온데, 이제는 저희들을 버리고 어디로 가시옵니까 ? 저희들을 버리고 떠나시려거든 차라리 저희들을 죽이고 떠나시옵소서."
노인들의 태도로 보아 그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호소였다.
그러기에 유방도 눈물을 흘리며 그들을 달랬다.
"내가 이 번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여러분과 작별을 할 수밖에 없으나, 여러분들 곁을 영원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머지않아 다시 찾아올 것이니, 여러분들은 조금 힘드시더라도 그때까지 참고 기다려 주시기 바라오."
그러나 노인들은 유방의 옷깃을 붙잡고 놓아주려 하지 않자, 유방은 길이 막혀 떠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자 簫何가 숙연한 자세로 노인들에게,
"지금 우리들은 楚覇王때문에 부득이 이곳을 떠나는 것이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여러분들이 이렇게 우리를 붙잡고 늘어지면, 우리들과 여러분은 楚覇王의 손에 다 함께 죽게 될 것이오. 오늘은 沛公께서 부득이 여러분의 곁을 떠나지만, 머지않아 반드시 다시 찾아오실 것이니, 여러분은 후일을 기약하고 속히 떠날 수있도록 해주시오. 그래야만 우리도 살고, 여러분도 사는 길이오."
노인들은 그 말을 듣고서야 눈물을 닦으며, 길을 열어준다.
그리하여 출발이 겨우 가능하게 되자, 張良이 번쾌를 불러 말한다.
"갈 길이 바쁘니, 번쾌 장군은 軍馬를 신속히 이동하도록 하시오. 도중에 무슨 突發之事가 생길지도 모르니, 전후방의 경계를 엄중하게 하면서 쉬지말고 행군을 계속해야 하오."
巴蜀으로 가는 길은 출발부터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왜 이처럼 험난한 산속으로 쫒겨가야만 하는가 !? )
군사들과 함께 험준한 峽谷으로 말을 몰아 나가는 유방의 심정 또한 처량하기만 하였다.
유방의 군사는 산길이 아무리 험해도 쉬지 않고 전진을 계속하였다.
覇上을 떠나 90 里 만에 安平縣에 도착하였고, 거기서 다시 40리를 더 행군하여 扶風縣을 지난뒤, 봉상군과 보계현을 거쳐 大散關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산관은 파촉으로 들어가는 初入에 불과하였다.
길이 험하기는 비로소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험준한 태산 준령이 연이어져 하늘과 닿아 있는데,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은 千耶萬耶(천야만야)한 절벽 위에 있는 외길 하나뿐이어서, 발을 한 번 잘못 디디면 그대로 천길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져 죽기가 예사였다.
그러나 절벽위에 있는 외길은 그래도 좋은 편이었다. 길은 갈 수록 산은 높고 골은 너무도 깊어서, 때로는 이쪽 절벽과 저쪽 절벽 사이에 통나무 하나로 가로질러 놓은 잔교(棧橋)도 수없이 많았는데, 그런 다리를 한 번 건너가려면 군사 들의 추락사를 면할 길이 없었다.
본래 유방의 군사들은 드넓은 평야지대인 山東 출신이 많았던 고로 산길에 익숙하지 못 한 까닭에 희생자는 더욱 많았다.
(내가 죄없는 이 젊은이들을 이렇게 까지 희생을 시켜야 하는가 ? )
유방은 사랑하는 부하 병사들이 절벽아래로 떨어져 죽는 광경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
비참한 심정은 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목숨을 걸고 싸워 秦나라를 정벌한 우리가, 왜 이런 첩첩 산중으로 쫒겨가야 한단 말인가 ? 이처럼 험준한 산속으로 들어가면, 고향에는 언제나 가게되는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것은 아닌가? 이럴 바에야 차라리 이제라도 되돌아 가서 항우의 楚軍과 싸움으로 결판내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고 저마다 불평을 토해냈다.
대장 번쾌도 그런 말을 듣자마자 핳였던 감정이 폭발하여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면, 여러분의 뜻대로 우리 모두 이제라도 말머리를 돌려, 楚軍과 한판 붙도록 건의합시다."
유방도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던지 長劍을 뽑아 들고 군사들에게 말한다.
"懷王과의 약속대로라면 咸陽에 먼저 入城한 내가 關中王이 되었어야 옳은 일이오. 그러나 項羽는 懷王의 言約을 무시하고 내게서 關中王의 자리를 빼앗고, 우리들을 巴蜀으로 쫒아내고 있소. 이대로 巴蜀으로 들어가면 다시 咸陽으로 나오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나는 여러분의 뜻에 따라 함양으로 回軍하여, 항우와 死生決斷을 내기로 하겠소."
劉邦으로서는 있을 수있는 울분이었다. 이리하여 군사들과 함께 말머리를 되돌리고자 부대가 소란스러워지자, 張良은 크게 당황하며 簫何,여이기 等과 함께 유방에게 諫한다.
"대왕께서는 將卒들의 사려깊지 못한 불평에 현혹되시어 큰일을 그릇쳐서는 아니 되옵니다. 巴蜀은 험난한 곳이기는 하나, 대왕께서 大事를 도모하시기에는 이 보다 좋은 곳이 없는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군사를 아무리 크게 키워도 항우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으니, 우리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있습니까 ? 우리는 여기에서 힘을 길러 再起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項羽와 싸우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와 다름이 없사옵니다. 바라옵건데, 대왕께서는 回軍令을 속히 거두어 주시옵소서."
유방은 분노를 삭이느라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言行이 경솔했음을 깨닫고 張良에게 말한다.
"선생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내가 너무 울분에 차 어리석은 命을 내렸소. 回軍令을 철회할 것이니, 巴蜀으로 行軍을 계속하게 하오."
....
길은 갈수록 험악해졌다. 일행이 金牛嶺을 넘어갈 때, 여이기 노인이 유방과 장량에게 말한다.
"이 험한 고개를 <금우령>이라 하옵는데, 이렇게 불리게 된 데는, 깊은 유래가 있사옵니다."
張良이 반문한다.
"어떤 유래인지요?"
"선생께서 알고 싶으시다니 말씀드리겠습니다."
廣野君 여이기 노인은 다음과 같은 秘話를 들려준다.
"그 옛날, 秦나라의 惠王은 蜀을 정벌하려고 했으나, 蜀나라에는 다섯 명의 神力을 가진 力士가 있어, 그들을 당해 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秦惠王은 그들을 제거해 버릴 계획으로, 무쇠로 다섯 마리의 소<牛>를 만들어 놓고 "다섯 마리의 鐵牛 들은 날마다 다섯 말(斗)의 황금똥(黃金糞)을 싼다. 秦나라가 오늘날처럼 富强해진 것은 오로지 다섯 마리의 鐵牛들 덕분이다" 라는 거짓 소문을 퍼뜨려 놓았다.
蜀王은 그 소문을 믿고, 秦나라의 鐵牛가 탐이 나 견딜 수 없게되자 鐵牛를 훔쳐오기 위해, 새로이 길을 내고 다섯 명의 力士들로 하여금 秦나라에 잠입하여 鐵牛를 훔쳐 오게 한다.
그러나 秦惠王은 鐵牛를 훔치러 온 다섯 명의 力士를 유인하여 이들을 잡아 죽이고 그들이 새로 만들어 놓은 길을 이용하여 蜀나라로 쳐들어가, 마침내 蜀나라를 멸망 시킬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여이기 노인은 이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이 고개 이름을 <金牛嶺>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그때부터의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건너오고 있는 이 잔도(棧道)가 바로 그때 만들어 놓은 다리입니다."
하고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張良은 그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棧道를 건넌다.
張良은 金牛嶺을 무사히 넘어오자, 말에서 내려 유방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한다.
"저는 대왕을 여기까지 모시고 왔으니, 이제는 작별을 고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유방은 너무나도 뜻밖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선생께서는 고국을 떠나신 이후, 한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를 도와주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나를 버리고 떠나시겠다니, 나는 어쩌라는 말씀입니까 ?"
張良은 허리를 굽히며 대답한다.
"저는 大王을 도와 드리기 위해 고국으로 가려는 것이오니 그 점,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옵니다."
"나를 도와 주시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시다니요 ? 고국에 가셔서 어떻게 나를 도와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 이해 할 수가 없군요."
"제가 고국으로 돌아가면 대왕을 위해 꼭 해야 할 큰 일이 세 가지가 있사옵니다."
"그 세 가지가 무엇 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소서."
張良이 다시 대답한다.
"첫째는, 項羽가 彭城에 도읍을 定하도록 하고, 장차 대왕께서 도읍으로 定하실 咸陽은 그대로 비워 두게 하는 일이옵고,
둘째는, 천하의 제후들을 설득하여 項羽를 배반하고 大王께 歸依하도록 만들어 놓는 일이옵고, 셋째는, 대왕께서 漢나라를 일으켜 楚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꼭 필요한 大元帥가 될 인재를 널리 구하여, 대왕께 보내는 일이옵니다."
劉邦은 그 말에 크게 감동하여 張良의 손을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오 ! 선생께서 나를 위해 이처럼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계신지 미처 몰랐소이다. 선생의 생각이 그러하시다면, 이별이 아무리 아쉽더라도 내 어찌 선생을 붙잡을 수 있으오리까!"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세가지 큰 일을 반드시 이루어 놓은 後, 대왕께서 咸陽으로 오실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하오니 대왕께서는 巴蜀에 도착하신 연후에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시옵소서.
파촉에 아무리 오래 계셔도 3년을 넘기지 않으실 것이옵니다. 빠르면 二年 안에 咸陽에 入城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선생의 말씀대로 되기만 한다면 무슨 일인들 못 참겠소이까? 그런데 선생께서 대원수가 될 만한 인물을 천거해 보내 주시더라도, 내가 어떻게 그 사람을 알아볼 수가 있으오리까 ?"
그러자 張良이 대답한다.
"이제부터 簫何 丞相과 한 통의 증표를 작성하여 두 조각으로 나누어 가지고 있다가, 大元帥가 될 만한 인재를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그 증표를 주어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簫何 丞相이 그 인물을 천거하거든, 대왕께서는 저를 믿으시고 그 사람과 天下 大事를 격의없이 상의해 주시옵소서."
이윽고, 張良이 길을 떠나려고 하니
유방은 작별이 아쉬워 張良에게 다시 말한다.
"마지막으로 선생에게 부탁이 하나 있으니, 꼭 들어주시면 고맙겠소이다."
"무슨 분부이신지, 어서 말씀해 주시옵소서. 대왕께서 바라시는 분부를 거행하겠나이다."
그러자 유방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선생께서도 아시다시피, 나의 부모님은 지금 항우의 손에 볼모로 잡혀 계시오. 선생께서 혹시 나의 부모님을 만나 뵈올 기회가 계시면 <나는 부모님을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라, 항우의 강압에 못 이겨 부득이 쫒겨갔지만, 언젠가 반드시 모시러 가겠다>고 말씀드려 주소서."
그렇게 말하는 유방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삼가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매우 죄송스러운 말씀이오나, 저는 갈 길이 바쁘오니 이만 작별을 고하게 해주시옵소서."
그러나 유방은 전별연(餞別宴)과 전송(餞送)도 없이 그냥 헤어지기가 너무도 섭섭하여,
"여러 대장들과 술이나 한 잔씩 나누고 떠나도록 하소서."
하고 말했다.
그러나 장량은 손을 내저으며,
"제가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지 않은 소문이 널리 퍼질 것이니, 아무도 모르게 떠나겠습니다. 이제 簫何 大人만 잠깐 만나 보고 떠나겠사오니, 대왕께서는 허락해 주시옵소서."
"선생과 술 한잔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기가 너무도 섭섭하지만, 선생의 생각이 그러하시다면 붙잡지 아니하겠습니다."
"홍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나 오늘의 작별은 후일에 반드시 커다란 기쁨을 가져올 것이니, 과히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시옵소서."
"그러면 부디 편히 떠나시구려"
유방은 목이 메어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할 지경이었다.
張良은 劉邦에게 세 번 큰절을 올리고, 簫何를 돌아 보며 말한다.
"내가 없는 동안 대인께서는 내 몫까지 忠誠을 다해 주소서. 우리 두 사람이 뜻을 모아 힘을 합치면 무슨 일인들 못 해 내리까? 후일 내가 천거한 사람이 증표를 가지고 오거든, 대왕께 稟하여 그 사람을 꼭 大元帥로 기용해 주소서."
하고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제가 선생의 몫까지 다할 것이오니, 선생은 안심하고 떠나소서. 우리가 오늘 작별하기로 어디 영원한 작별이겠나이까?"
두 사람은 굳은 약속을 나눈 後, 드디어 작별하였다.
이리하여 張良은 누구의 전송도 받지 않은 채, 다만 從者 두 명만 데리고, 그토록 힘겹게 넘어온 金牛嶺을 다시 넘어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