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列國誌 71

jahun 2021. 6. 9. 20:21

# 列國誌 71

**人間白丁 項羽

項羽는 玉璽를 손에 넣자 기세가 더욱 등등해졌다. 그때부터는 鴻門에 버티고 앉아 본격적으로 <關中王> 행세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그때부터는 范增의 諫言을 역겹게 여겨 오히려 張良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項羽가 重臣들을 한자리에 불러 놓고 매우 노여운 어조로
"秦나라의 玉璽가 내 손에 있으니, 이제부터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나로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 온 지 달포가 넘도록 秦王이었던 '자영'이라는 자가 아직도 沛公의 그늘에 머물러 있는 채로 나에게 항복식을 하러 오지 않고 있으니, 이럴 수가 있느냐 ? 속히 沛公에게 사람을 보내 '자영'을 당장 나에게 보내도록 하라 ! "
項羽의 명령을 어느 누가 감히 거역할 수가 있으랴.
항우의 이름으로 유방에게 서한이 도착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沛公과 함께 秦나라를 정벌하고, 이 나라의 주인이 된 지 이미 달포가 넘었소. 그런데 沛公은 三世皇帝였던 <자영>을 휘하에 놓고 나에게는 항복의 예를 갖추러 보내지 않으니, 혹시라도 그대가 나에게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오 ? 이 나라에 통치권을 가진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나 뿐이오. 그대가 만약 나에게 다른 뜻을 품고 있다면 나는 武力으로 다스릴 결심이니, 다른 뜻이 없다면 <자영>을 속히 항복하러 보내시오.>
그야말로 협박장과 다름없는 공갈 서한이었다.
劉邦은 書翰을 받자, 즉시 중신회의를 열었다.
"항우는 <관중왕>을 자칭하면서, 자영을 자기에게 항복하러 오게 하라고 강요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 만약 자영을 보내주지 않으면 항우와 싸움을 각오해야 할 것이오. 그를 보내주면 항우를 關中王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니,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좋게소?."
그러자 簫何가 대답한다.
"項羽의 勢가 지금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도저히 싸울 형편이 못 되옵니다. 하오니 '자영'을 보내 주심이 可한 줄로 아뢰옵니다."
"그러면 關中王의 자리는 완전히 빼앗기게 되는 것이 아니오 ?"
"그 점은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이옵니다. 왜냐하면 자영을 보내기만 하면, 項羽는 자영을 반드시 죽이고야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項羽의 惡名이 높아져서 천하의 民心이 主公께로 돌아올 것이니, 항우가 제 스스로 關中王이라고 허세를 부려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사옵니까 ?"
劉邦은 簫何의 말이 옳다고 여겨 '자영'을 불러 말한다.
"項羽 장군이 그대에게 항복하러 오라는 서한을 보내 왔으니, 그대는 項羽를 찾아가 항복식을 해야될 것 같소."
그러자 '자영'은 얼굴빛이 파래지며 대답한다.
"저는 차라리 여기서 죽을지언정 項羽 장군에게는 가지 못하겠습니다."
劉邦은 '자영'을 의아스럽게 바라보며 묻는다.
"당신은 이미 나에게 항복한 일이 있는데, 項羽 장군에게 한 번 더 항복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게 있는 것이오 ?"
그러자 '자영'이 눈물을 흘리며 答한다.
"저는 인자하신 沛公에게 항복을 함으로써 목숨을 보존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항우 장군은 널리 알려진대로 그 성품이 포악하여 제가 찾아가 항복하면, 어떠한 구실을 만들어 반드시 저를 죽일 것입니다. 하오니 인자하신 沛公의 그늘을 떠나 어찌 죽음의 길을 가야하겠나이까 ?"
劉邦은 자영의 신세가 너무도 측은한지라 억지로 항우에게 보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늙은 重臣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유방에게 아뢴다.
"만약 前 秦王(자영)을 보내 지 않으면 項羽 장군은 백만 대군을 몰고 쳐들어와, 이곳의 수십만 병사와 백성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려고 할 것입니다."
'자영'은 그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劉邦에게 告한다.
"項羽 장군은 能히 그럴 수있는 사람입니다. 저로하여 수십만 백성들이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면, 제가 어찌 그런 일을 감내할 수가 있사오리까? 차라리 제가 죽음을 각오하고 항우 장군을 찾아가 다시 항복식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영은 그날로 항우를 찾아가 降伏狀을 올렸다.
항우는 龍床에 높이 올라앉아 '자영'을 굽어보며 큰소리로 외친다.
"너의 祖父는 六國 백성 들을 10 여 년 동안 괴롭혀 왔으니, 그 罪가 막중하도다. 그로 인해 너를 斬刑에 처할 터인데 마지막으로 할말이 없느냐 ?"
'자영'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六國을 정벌한 사람은 제가 아니고 제 조부님이었습니다. 그러나 장군께서 저를 죽임으로써 원한을 푸시고 백성들에게 善政을 베풀어 주신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무어라?
예끼 이놈 !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네가 감히 나에게 善政 云云하느냐? ! 여봐라 이 자리에서 당장 저놈의 목을 쳐라 ! "
그러자 옆에 대기하고 있던 英布가 한칼에 '자영'의 목을 날려 버렸다.
'자영'의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땅 바닥 위에 떨어짐과 동시에 붉은 핏줄이 공중에 치솟아 올라 땅바닥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며, 피비린내가 진동한다. 실로 끔찍하기 짝이 없는 살인극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피를 보고 태연히 웃으며 말한다.
"이제야 비로소 내 恨을 풀었다."
자영의 죽음이 秦나라 백성들에게 알려지자, 그들은 측은한 마음이 발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項羽의 잔학성을 비난하였다.
"沛公은 德이 높고 仁자한데, 項羽는 잔학하기가 이를 데 없으니, 그렇다면 秦始皇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항우에 대한 백성들의 비난은 날이 갈수록 높아갔다.
"民心이 天心"이라는 말도 있는바 항우의 횡포에 대한 백성들의 비난은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 나가, 그 소리는 마침내 항우 의 귀에도 들어갔다.
項羽는 그러한 소문을 듣고 불같이 노했다.
"아니 그래, 劉邦은 明主이고 나는 惡君이라고 한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
이는 필시 秦나라때 祿을 얻어 먹던 자들의 소행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려야 하겠다."
項羽가 격노하자 范增이 말리며 말한다.
"沛公은 咸陽에 들어와 '約法三章'으로 민심을 수습했사온데, 主公께서는 항복해 온 '자영'을 죽이셨습니다. 이제 다시 백성들까지 죽이신다면 민심이 離叛되어 천하를 얻지 못하시게 되옵니다. 바라오니, 백성들은 죽이지 마시옵소서."
항우가 말한다.
"나는 秦나라의 無道함을 징벌하러 왔으므로 자영을 죽인 것은 당연한 일이오. 그것을 가지고 백성들이 나를 비난한다면 그것은 나에 대한 반역이 분명한데, 그런 놈들을 그냥 살려 두란 말이오 ?"
范增은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 아뢴다.
"그 옛날 魯나라의 왕은 죄없는 宮女 한 명을 죽였다가 9년간 가뭄을 겪은 일이 있엇습니다. 옛 말에 "한 사나이가 원한을 품으면 유월에 서리가 내리고, 한 계집이 恨을 품으면 3년 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자영 한 사람을 죽인 것만으로도 怨聲이 이처럼 크온데, 이제 다시 백성들까지 죽여 버린다면 하늘의 노여움을 무엇으로 막아낼 수가 있사오리까 ? 백성들의 원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가라앉을 것이오니 主公께서는 부디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項羽는 마지못해 4~5일 동안 화를 참고 있었다.
그러나 백성들의 怨聲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項羽는 마침내 분통을 터트리며, 英布로 하여금 秦나라 王族 8 백여 명과 官僚였던 백성들 4천 6백여 명을 본보기로 잡아죽여 버린다.
이로 인해 咸陽 거리는 屍山血海를 이루어 눈 뜨고 다닐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項羽는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또다시 백성들을 죽이려고 하자, 范增은 項羽의 발을 붙잡고 눈물로 호소한다.
"그 옛날 湯王은 오랫동안 가뭄이 들자 자기 자신을 제물로 삼아 祈雨祭를 지내려 하자, 하늘이 감동하여 많은 비를 내려 주신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날 군주들은 이처럼 백성들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시킬 각오까지 있었던 것이옵니다. 그러니 主公께서는 백성들을 측은히 생각하시사 그만 살륙을 멈추셔야 하옵니다."
항우는 이같은 范增의 간절한 諫言을 듣고서야 백성들에 대한 살륙을 멈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