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列國誌 67

jahun 2021. 6. 9. 19:39

# 列國誌 67

** 고민하는 項羽

劉邦이 武關을 거쳐 咸陽에 入城하는 동안, 項羽는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
項羽는 章悍과의 싸움에서 九戰九勝을 거둔 것을 비롯하여, 가는 곳마다 싸워 이기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河北 일대를 평정해 가면서 제후들을 모조리 자기 편으로 흡수하였다. 그러면서 咸陽을 향하여 진격을 계속하였다. 劉邦보다 咸陽에 먼저 입성하여 <關中王>이 되려고 무리한 전진을 서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서두른 탓일까?
劉邦은 선무 공작으로 敵과 和合을 이루어가며 전진하는 반면, 항우는 하나에서 열까지 오직 武力으로 싸워 이기며 전진했던터라 秦軍 패잔병들의 抗戰이 끈임없이 반복되어, 전진하는 속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연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項羽는 부하 군사들의 사기를 알아보려고 변복을 하고 혼자서 陣中을 비밀리에 순찰해보았다. 그리하여 어느 幕舍 앞을 지나가다가, 등불 밑에 모여 앉은 병사들이 얘기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우리가 章悍 장군을 따라서 項羽의 부하가 된 것은 크게 잘못된 거였어. 項羽는 성질이 포악해서 싸움은 잘하지만, 부하들을 사랑할 줄을 모르거든."
"누가 아니래 ?! 劉邦은 寬仁厚德하여 싸우지도 않고 벌써 咸陽에 入城했다고 하는데, 항우는 날마다 싸우기만 하고 있으니 이래 가지고 어느 세월에 함양에 갈 수 있겠나?.. 주인을 잘못 택한 罪로 우리들만 죽도록 고생하게 되었네."
"제기랄 ! 지금이라도 항우를 버리고 유방을 따라갈 수는 없을까 ?"
"이 사람아 ! 項羽와 劉邦은 怏宿之間인데, 될 소리를 하게나."
병사들이 한담삼아 지껄이는 불평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그 말을 엿듣고 속에서 열불이 났다. 자기보다도 유방을 숭배한다는 말도 비위에 거슬렸지만, 劉邦이 이미 咸陽에 入城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듣고 화가 치밀어올랐던 것이다.
(劉邦이 이미 함양에 入城했다면, 關中王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려고 할 게 아닌가? 그 못난 者에게 關中王 자리를 주다니, 그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지 !)
項羽는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本營으로 돌아오자, 대장 英布를 급히 불러 命한다.
"劉邦이 咸陽에 入城했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것이 사실인지 급히 알아보시오."
英布가 즉석에서 대답한다.
"잠시 전에 첩자가 알려 온 바에 따르면, 유방이 함양에 입성한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 그자가 먼저 함양에 입성했다고 ?"
項羽는 두 주먹을 불끈쥐며 소리를 지른다.
項羽와 劉邦, 두 사람 중 누구든지 먼저 咸陽에 入城하는 사람이 關中王이 되라고 말한 것은 楚懷王의 御命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설사 유방이 함양에 먼저 入城했다 하더라도, 그에게 <關中王> 자리를 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關中王 자리는 자신이 차지할 속셈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면 劉邦과의 一戰도 不辭할 각오를 하면서 英布에게 命한다.
"章悍과 함께 투항해 온 秦兵들은 모두가 나에게 逆心을 품고 있소. 그들이 반역 모의를 하는 것을 내 귀로 분명히 들었소. 그러니 그들은 咸陽에 들어가기만 하면 나를 배반하고 劉邦에게로 붙을 것이 분명하니, 그런 일이 생기기 前에 그들을 모조리 죽여버립시다."
英布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란다.
"章悍 장군과 함께 투항해 온 병사가 10만 명이 넘는데, 그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자는 말씀입니까 ?"
"10 만 명이 아니라 백만 명이라도 逆心을 품고 있는 놈들은 모조리 죽여 없애야 하오. 장군에게 20 萬 명의 군사를 줄 테니, 사흘 안에 산속에 구덩이를 파고 그놈들을 모조리 생매장 시켜 버리도록 하시오. 軍令이오 ! "
項羽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내릴 수 없는 잔학무도한 군령이었다.
軍令이라는 데는 英布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秦軍 출신 병사들을 모조리 죽여 없앤다면 章悍 장군과 사마흔, 동예등도 함께 죽여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
"그들은 유능한 장수이니 그냥 살려두고 병사들만 죽이시오."
軍師 范增이 그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와 諫한다.
"罪없는 부하 병사를 10萬 명씩이나 생매장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主公께서는 軍令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그러나 항우는 고개를 저으며,
"逆心을 품고 있는 놈들이 무슨 나의 부하란 말이오. 그런 놈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죽여 없애야 하오."
范增이 눈물을 흘리며 다시 말한다.
"병사들이란 다루기에 따라서 忠臣도 될 수 있고, 逆敵도 되는 것이옵니다. 그들이 主公께 어떤 逆心을 품고 있는지는 모르오나, 관대하게 살려주신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들의 마음을 바로 돌려 놓도록 하겠사오니, 부디 죽이지는 말아 주시옵소서."
그러자 항우는 벌컥 화를 내며 벼락 같은 소리를 지른다.
"軍師는 무슨 말이 이렇게나 많소 ?"
그리고 다시 英布에게 명한다.
"英布 장군은 책임 지고 사흘 안으로 그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죽여 버리시오 ! "
그리하여 영포는 秦軍 출신 10 萬 명의 병사를 사흘에 걸쳐 생매장 시켜버리는 끔찍한 일을 기어코 단행하고야 말았다.
(秦始皇 못지않은 천하의 무뢰한 項羽였다!..)
章悍을 비롯한 사마흔과 동예 등은 자기의 부하들이 사흘 사이에 몽땅 생매장을 당하는 사실을 듣고 크게 놀랐다.
그리하여 세 장수는 항우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한다.
"저희들에게 용서받지 못할 罪가 있사오면, 저희들도 부하들과 함께 처벌해 주십시오."
項羽가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그대들에게는 아무 罪가 없으니, 조금도 두려워 마시오. 실상인즉, 수일 전에 야간 순찰을 하다가 사병들이 역적 모의를 하는 소리를 들었기에 모조리 죽여 버렸을 뿐이오. 그대들만은 끝까지 重用할 것이니 안심하고 충성을 다해 주시오."
이로써 세 장수 모두 목숨은 求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손발이 잘려버린 장수들이 과연 어떤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인가 ?
10 萬 군사를 生매장해 버린 項羽는 全軍에 새로운 군령을 내렸다.
"최후의 관문인 藍田關만 격파하면 咸陽으로 들어가게 될테니, 총력을 다하여 남전관을 격파하라."
항우의 대군은 최후의 관문인 藍田關을 향하여 총공격을 개시하였다.
그런데 항우의 군사들이 藍田關에 총 공격을 가하다 보니, 城안에서 맹렬한 반격을 해 오고 있는 군사들은 秦나라 군사가 아니라, 友軍인 劉邦의 군사들이 아닌가 ?
"어라 ! 성안에서 우리에게 반격해 오고 있는 군사는 秦나라 군사들이 아니고 劉邦의 군사들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
선봉장은 너무도 뜻밖의 일에 놀라서, 그 사실을 즉시 항우에게 알렸다.
그러자 항우는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잘못 보았겠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
항우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미심쩍었는지 몸소 일선으로 나와 보니, 성루 위에서 힘차게 휘날리고 있는 軍旗는 모두 劉邦의 군기가 아닌가 ?
그렇다면 劉邦의 군사는 무슨 까닭으로 藍田關에서 항우의 군사들과 맞서게 되었을까 ?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項羽가 秦兵 출신의 10 萬 병사를 생매장하고 藍田關으로 쳐들어 온다는 소식을 듣자, 劉邦은 樊噲를 불러 물어 보았다.
"項羽가 藍田關을 점령하고 나면 나에게 關中王의 자리를 내놓으라고 할 텐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겠소 ?"
樊噲가 대답한다.
"咸陽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關中王이 되는 것은 楚懷王의 분명한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項羽는 그런 약속을 지킬 인물이 아니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項羽의 횡포를 힘으로 막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방은 樊噲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항우의 횡포를 힘으로 막아내다니 ? 그렇다면 關中王의 자리를 놓고 항우와 싸워야 한다는 말이오 ?"
樊噲(번쾌)가 명쾌하게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項羽가 억지를 부린다고 關中王의 자리를 양보할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 ? 項羽는 藍田關을 점령하고 나면, 關中王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므로, 우리는 항우가 남전관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힘으로 막아내야 할 것입니다."
사실인즉, 유방 자신도 '關中王'의 자리를 項羽에게 양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劉邦은 樊噲의 말대로 설구(薛歐). 진패(陳沛)의 두 장수로 하여금 藍田關에서 항우의 군사들을 저지하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項羽는 劉邦의 군대가 藍田關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것을 직접 목도하자, 전신을 떨며 이를 갈았다.
(劉邦 이 놈이 關中王이 되려고 이런 수작을 부리고 있는 모양인데, 제 놈이 감히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는가? ! )
項羽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라 즉시 全軍에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劉邦이 나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이 者는 이미 友軍이 아니고 우리의 敵이다. 우리는 30 萬 대군으로 밀어부쳐 劉邦을 단숨에 섬멸시켜 버리자."
그러자 范增이 앞으로 나와 항우에게 아뢴다.
"劉邦이 우리를 城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자기가 關中王이 되려는 속셈이 분명합니다.
만약 關中王의 자리를 유방에게 빼앗긴다면 主公께서는 천추에 恨을 남기시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두 분 사이에는 형제의 結義까지 맺으셨으니, 싸울때 싸우더라도 우선은 書翰을 보내 劉邦을 설득해 보심이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항우는 범증의 충언을 옳게 여겨, 우선 英布로 하여금 藍田關을 포위싸게 하고 劉邦측에게 다음과 같은 書翰을 화살에 매달아 쏘아 보냈다.
<나 魯公 項羽는 義弟인 沛公 劉邦에게 글을 보내오.
公과 나는 지난날 懷王 앞에서 兄弟의 儀를 맺고, 秦나라를 함께 치려고 나섰소. 그 後, 公이 나보다 먼저 함양에 入城했다고는 하지만, 나는 秦將 章悍을 항복시킨 것을 비롯하여 많은 제후들을 굴복시키면서 지금 藍田關에 이르렀소. 그런데 公은 나의 공을 가로채어 關中王이 되고자 나를 이곳에서 저지하려 하고 있으니 이 어찌 대장부가 할 일이겠소. 내가 만약 藍田關을 때려부수고 들어가면 公으로서도 면목없는 일이 될것이니, 關門을 속히 열어 우리 두 사람의 兄弟之誼를 새롭게 합시다.
후일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거듭 선처하기를 바라오.
義兄 魯公 項羽 씀.>
劉邦은 項羽의 書翰을 받아 보고, 즉시 참모회의를 열었다.
"項羽가 이런 글을 보내 왔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소 ?"
張良이 대답한다.
"項羽는 30 萬 대군을 거느리고 있는데 우리 군사는 10 萬에 불과하므로 힘으로는 項羽를 당해내기가 어려울 것이옵니다. 만약 싸우다가 敗하는 날이면 沛公께서 포로의 신세를 면하기가 어려울 것이니, 저쪽의 요구대로 관문을 순순히 열어 주는 것이 상책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러면 關中王의 자리를 項羽에게 넘겨 주자는 말씀입니까 ?"
"그 문제와는 얘기가 다르옵니다. 關中王은 어디까지나 咸陽에 먼저 入城하신 沛公께서 오르셔야 하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소. 그러나 그 자리를 항우가 빼앗고자 하기 때문에 문제가 이처럼 복잡하게 된 것이 아니겠소 ?"
"그 문제는 그때에 가서 해결해도 될 것입니다. 그 문제가 두려워 처음부터 싸움으로 해결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옵니다."
"그러면 나는 선생만 믿고 藍田關의 관문을 열어 주기로 하겠소이다."
劉邦이 관문을 열어 주라는 명령을 내리자, 대장 설구(薛歐)가 관문을 활짝 열고 항우의 선봉장인 英布를 맞아들이며 말한다.
"우리가 藍田關을 굳게 지켜 온 것은 項羽 장군의 入城을 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秦나라 패잔병들의 난동을 막기위한 처사였소. 沛公께서는 項羽 장군의 서한을 받아 보시고 關門을 속히 열어 項羽 장군을 정중히 영접하라는 命令을 내리셨습니다. 項羽 장군께서는 신속히 入城하시도록 해 주십시오."
英布가 그 말을 項羽에게 傳하니, 項羽는 군사들을 거느리고 藍田關으로 당당하게 입성하면서,
"그러면 그렇지 ! 劉邦이 제아무리 咸陽을 먼저 入城했기로서니 내가 누구라고 감히...."
하고 어디까지나 劉邦을 깔보는 호기를 부리는 것이었다.
그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항우는 남전관에 들어와 홍문(鴻門)에 陣을 치고 나자, 劉邦이 직접 영접하지 않은 것이 매우 못마땅한지,
"劉邦은 지금 어디에 있는데 보이지 않느냐 ?"
하고 설구에게 물었다.
"沛公께서는 지금 覇上에 계시옵니다."
"음, 알았다. 곧 나를 찾아 오겠지."
項羽의 말은 어디까지나 劉邦을 자신의 부하로 여기는 말투였다.
그러나 范增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項羽에게 귀뜸을 한다.
"劉邦이 직접 영접을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그의 태도가 의심스럽습니다. 劉邦이 지금 覇上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동안의 그의 行跡을 소상히 알아 볼 필요가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그 일은 軍師가 알아서 하시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