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列國誌 66
# 列國誌 66
** 范增의 計略
한편, 다음날 밤 項羽는 특공대를 보내 劉邦을 체포해 올 시간이 다가오자 모든 장수들 에게 비상 소집령을 내렸다.
모든 장수들이 中軍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러나 項佰이 보이지 않았다.
范增이 좌중을 둘러보며 묻는다.
"項佰 장군이 웬일로 나타나지 않는지, 누구 아시는 분 없소 ?"
그러자 當直將 丁公이 대답한다.
"항백 장군은 어젯밤에 혼자서 覇上 방면으로 말을 달려 나가셨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范增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항백 장군이 한밤중에 무슨 일로 패상 방면으로 달려가시더란 말인가 ? 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은 아니냐 ?"
"제가 직접 보았으니까 틀림없는 사실이옵니다."
"그래? 그렇다면 항백 장군이 우리의 기습 계획을 劉邦에게 알려 주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렇다면,
오늘 밤의 계획도 중지해야할까 봅니다 ! "
하며 范增이 분노에 찬 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項羽는 范增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軍師는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항백 장군은 나의 叔父가 아니오 ? 나의 숙부를 의심하는 것은 너무 심한 말씀인 것 같구려."
그러나 范增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한다.
"項佰 장군이 고의로 배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심결에 軍機를 누설할 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옵니다. 그러니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오늘 밤의 계획은 일단 중지하는 것이 좋을 줄로 아뢰옵니다."
이렇게 項羽와 范增이 입씨름을 하고 있는 바로 그때, 項佰이 좌중으로 急히 달려 들어왔다. 張良과 작별을 하고 막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이다.
項羽는 項佰을 보자 분노에 찬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叔父께서는 도대체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시는 길이오 ?"
項佰은 머리를 약간 숙이며 말했다.
"나는 나의 친구인 張良을 만나러 갔다가 지금 돌아오는 길이오."
項羽는 그 소리를 듣자 화가 치밀어 올라 허리에 차고 있던 長劍을 한 손으로 움켜 잡으며 벼락같은 큰소리로 외쳤다.
"무슨 까닭으로 張良을 만나러 갔는지 그 이유를 사실대로 밝히시오. 만일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왔다면, 비록 叔父라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
項羽가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좌중의 장수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로 인해 좌중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項佰은 침착하게 대답한다.
"나는 張良에게 군사 기밀을 알려 주려고 覇上에 갔다 오는 것은 아니오. 그 점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소."
"그러면 무엇 때문에 張良을 만나고 오느냔 말이오 ?"
項佰이 다시 대답한다.
"主公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지금 劉邦의 휘하에 머물고 있는 張良은 나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요. 오늘 밤 우리가 저들에게 기습을 감행하게 되면 장량이 억울하게 희생될 것 같기에 나는 그 친구를 구하려고 갔던 길이오."
"張良을 求하러 갔다면, 어찌하여 장량을 데리고 오지 않았소 ?"
항우의 추궁은 집요하였다.
項佰이 다시 대답한다.
"나는 張良의 말을 들어 보고, 우리가 劉邦을 크게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그래서 이왕이면 모든 사실을 당사자인 劉邦으로부터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나중에는 유방까지 만나 보았소"
"엣 ? 유방까지 만나 셨다구요 ? 그래서 유방이 뭐라고 합디까 ?"
여기서 項佰은 <劉邦은 關中王이 되려는 의사가 전혀 없더라>는 말과 함께, <劉邦은 秦나라의 대궐과 財物을 고스란히 보존해 오면서 項羽가 하루속히 入城해 주기를 고대하고 있더라>는 말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유방의 누이동생을 후취로 맞아 오기로 하였다는 사실은 끝까지 비밀에 붙여 두었다.
項羽는 項佰의 말을 듣고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띄며,
"숙부의 말씀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겠지요 ?"
하고 다짐하듯 물었다.
項佰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내가 누구를 위해 이같은 사실을 거짓으로 말하겠소이까? 그렇지 않아도 劉邦은 수 삼일 안으로 主公을 찾아 뵈러 올 테니, 나더러 그 말씀을 꼭 전해 달라고 하더이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말한다.
"그러면 그렇지 ! 劉邦이 감히 나에게 그럴 수는 없지 !"
그리고 이번에는 范增을 돌아다보며 말한다.
"지금 숙부의 말씀을 들어 보면, 劉邦이 딴 뜻을 품고 있지 않음이 분명한 것 같구려. 그러니 罪없는 그를 함부로 잡아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 같으니, 오늘 밤의 계획은 취소키로 합시다."
그러나 범증은 항우의 의견에 끝까지 수긍하려고 하지 않았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項佰 장군은 劉邦과 張良의 계략에 속아 넘어가고 있는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유방을 지금 없애버리지 않으면, 후일에 반드시 후회를 하시게 될 것이옵니다. 따라서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번 기회에 단호하게 처치해 버리셔야 하옵니다."
項羽는 范增의 충고를 웃음으로 들어 넘기며 말한다.
"軍師는 劉邦을 대단한 인물로 생각하고 계시는 모양이지만, 실상인즉 유방은 村뜨기 武士에 불과한 친구요. 그런 친구가 설사 야망을 품고 있기로, 감히 나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소. 유방이 근일에 인사를 온다고 했다니, 그때 가서 처치를 하든가 어쩌든가 합시다."
項羽는 劉邦을 어디까지나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범증은 더 이상은 어쩔 수가 없어 특공대를 해산하고 숙소로 돌아와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워도 잠은 오지 않았다. 유방을 지금 처치해 버리지 않으면 후일에 항우가 반드시 유방의 손에 의해 비참하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 안 된다 ! 나는 이미 항우에게 신명을 다해 충성을 다 하기로 결심한 몸이 아닌가 ? 劉邦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項羽가 그로 인하여 반드시 비참하게 될 것을 예측하면서 그냥 덮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
범증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새벽같이 항우를 다시 찾아가 말한다.
"유방을 살려 두면 主公에게 크게 불리할 것이오니, 내일 이라도 그를 이곳으로 불러 없애야 하옵니다."
項羽가 웃으면서 반문한다.
"軍師는 劉邦이 그렇게도 큰 인물이라고 생각하시오 ?"
"유방은 겉으로는 어리석은 듯이 보이고 있으나, 실상인즉 내심은 말할 수 없이 음흉한 인물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회에 반드시 죽이셔야 합니다."
"軍師께서 그렇게까지 걱정되신다면, 내일 이라도 그를 초청하여 없애 버리기로 합시다그려. 죽인다면 어떤 방도로 죽이는 것이 좋겠소 ?"
"유방을 죽이는 데는 세 가지 방도가 있사옵니다. 첫번째는 홍문전(鴻門殿)에 환영연을 베풀어 놓고 유방이 그 자리에 나타나거든 주공께서 몸소 영접을 나가셔서 즉석에서 목을 베어 버리는 것이온데, 그것이 최선의 上策이라고 하겠습니다."
"으음...내 손으로 유방의 목을 직접 치라는 말씀이요 ?"
항우는 어쩐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또 다른 방법은 ?"
하고 물었다.
范增이 다시 대답한다.
"주공께서 직접 손을 쓰시기가 싫으시면 幕後에 2백 여명의 갑사들을 미리 대기시겨 두었다가 연회가 무르익어 갈 무렵에 그들로 하여금 유방의 목을 치게 하는 것이옵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주공께서 직접 목을 치시는 것처럼 확실하다고는 볼 수가 없겠습니다."
"으음...또 다른 방법은 ?"
項羽는 무엇이 못마땅한지 또다른 방법을 물었다.
"세 번재 방법은 .....,"
범증은 잠시 주저하다가 다시 말을 잇는다.
"세 번째의 방법은 유방을 大醉하게 만든 후에, 그가 취중에 실수를 하는 경우, 말 꼬투리를 잡아 그것을 구실로 유방을 즉석에서 죽여 버리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중에서 最下策이옵니다."
"잘 알았소이다. 그러면 세 가지 중에서 형편에 따라 내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지금 곧 劉邦에게 초청장을 보내도록 하시오."
범증은 항우의 이름으로 유방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나 魯公은 沛公에게 초청의 글월을 보내오.
우리 두 사람은 懷王의 御命을 받들고 진나라를 정벌하는 길에 올랐건만 沛公이 일찌감치 함양에 들어가 나보다 먼저 개가(凱歌)를 올렸으니, 이는 진실로 만 천하가 다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오. 따라서 본인은 장군을 위해 명일 홍문전에서 축하의 大宴을 베풀어 드리고자 하니, 바쁘시더라도 꼭 왕림해 주기 바라오.>
유방은 항우의 초청장을 받아 보고 수심이 가득해졌다.
그리하여 모든 참모들을 불러 진지하게 상의한다.
"魯公이 나에게 축하연을 베풀어 주겠다고 초청장을 보내 왔는데, 이것은 어쩌면 나를 죽이기 위한 술책일지도 모르오. 섣불리 달려갔다가는 죽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가는 노여움을 사서 더욱 곤란해질 것 같으니, 이 일을 어찌 했으면 좋겠소 ?"
簫何가 먼저 대답한다.
"항우의 세력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막강합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실력으로 겨루다가는 큰일납니다. 그러므로 변설에 능한 廣野君 : 여이기를 보내 關中王의 자리는 일단 항우에게 내주기로 하고 우리는 조그만 고을(郡 : 현재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인 郡과는 차원이 다름. 최소한 남한 절반 정도의 크기가 될 것임)이나 하나 달라고 하면 어떠하겠습니까 ? 그런 연후에 우리가 세력을 키워서 다시 그 자리를 다시 빼앗아 오는 長期政策으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하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이기가 簫何의 말을 받아 아뢴다.
"저 역시 소하 선생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항우에게 사람을 보내신다면 저를 보내 주시옵소서."
이 말까지 나왔을때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張良이 갑자기 반대를 하고 나온다.
"심히 외람되오나, 두 분의 의견에 대해 저로서는 찬성을 할 수가 없사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장량이 정면으로 반대를 하고 나오는 바람에 유방은 더욱 불안하였다.
"先生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반대를 하시는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소서."
張良이 조용히 입을 열어 答한다.
"만약, 沛公께서 項羽의 초청을 받으시고도 弑害될 것이 두려워 홍문연(鴻門宴)에 참석을 아니 하신다면, 그 자체가 이미 항우의 氣개에 굴복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사옵니다. 이렇게 心的으로 굴복 당한 사람이 再起 또한 쉽겠사옵니까 ?
그러한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옵니다."
"으음.... 그러니까 그러한 흉계가 있더라도 項羽의 초청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
"물론입니다. 그 옛날 伍子胥는 秦王의 손에 죽을 것을 각오하면서 平王을 따라 임동회(臨潼會)에 참석했기 때문에 후일에 만천하가 우러러보는 위대한 인물이 되었던 것이옵니다.
만약 오자서가 죽음이 두려워 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회피했다면 오늘날 오자서의 이름을 어느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
"그러니까 선생의 말씀은 어떤 위험이 따르더라도 항우의 초청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
"물론입니다. 패공께서 장차 천하를 도모하실 雄志를 품고 계시다면 항우를 조금도 두려워 마시고 당당하게 만나러 가십시오. 이번 초청 件은 范增이 배후에서 꾸민 謨計임이 분명하온데, 沛公께서는 范增이 세운 모계를 타파해 버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다.
"선생은 참으로 천금과도 같은 말씀을 해주셨소이다. 그러나 范增은 술수가 대단한 謨士인데 어떻게 해야 그의 술수를 벗어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소이다."
張良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얼굴을 들어 말한다.
"저는 한 대왕(韓 大王)의 御命을 받들고 沛公을 도와 드리고자 온 몸이옵니다. 하오니 홍문연 연회에 참석하실 때에 저를 데리고 가 주시면,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范增의 謨計를 막아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簫何와 여이기가 쌍수를 들며 찬성한다.
"張良 선생께서 동행해 주시기만 한다면, 그보다 더 든든한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劉邦은 그제서야 얼굴에 희색이 돌아오며 말했다.
"그러면 내일 홍문연 연회에 張良 선생과 함께 참석할 것이니, 그 사실을 項羽 장군 측에 급히 알리오."
急使가 달려가 그 사실을 項羽에게 알리니, 范增은 그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였다.
(劉邦이 저 죽을 줄도 모르고 온다니, 이제야 나의 올가미에 걸려들었구나 ! )
이렇게 되고 보니 劉邦의 生死 문제는 오로지 范增과 張良의 지략 싸움에 달려있게 된 셈이었다.
그 두사람 중에 과연 누가 勝者가 되고 敗者로 될지 ? 그 결과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