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 65
#列國誌 65
** 項佰의 友情
예로부터 절친한 친구사이를 표현하고자할 때, 管鮑之交나 水魚之交, 또는 金蘭之交나 知己之友 等을 인용하고 있지만 項佰과 張良과의 우정은 그보다는 차원이 다른 刎頸之交(문경지교)가 맞지 않을까한다.
刎頸之友란 친구 대신 자신의 목을 베어가도 좋다는 의미의 友情임에랴!...
項佰은 그날 밤 숙소에 돌아와서도 괴로운 심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張良과 나는 옛날부터 知己之友가 아니었던가? 아니, 내가 張良으로부터 天文學을 배웠으므로 그는 단순히 친구가 아니라 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劉邦이 項羽에게 죽던 말던 그것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張良이 죽게됨을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項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張良이 있는 覇上으로 말을 달리기 시작하였다.
내일 밤이 되기 전에 어떤 수를 쓰지 않으면 張良이 죽음을 免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我軍의 초소를 지날때 마다 경비병이 크게 놀라며 묻는다.
"장군님께서 홀로 이 밤중에 어디를 가시옵니까 ?"
"軍令을 받들고 일선 순찰을 나가 보는 중이네."
項佰이 項羽의 叔父임을 군사들은 다 알고 있었음으로 아군 초소를 통과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劉邦의 陣營으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유방의 경비대장 하후영(夏侯英)은 창검으로 항백의 앞길을 가로 막으며 따지고 들었다.
"이 밤중에 남의 영내로 함부로 들어오는 놈이 누구냐 ? 죽지 않고싶으면 정체를 밝혀라 ! "
項佰은 어쩔 수 없이 말에서 내려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張良 선생에게 급히 알려 드릴 일이 있어서 밤을 무릅쓰고 달려오는 길이오. 張良 선생을 급히
만나게 해 주시오."
그러나 하후영에게 그런 사정이 통할 리가 없었다.
"도데체 당신이 누군데 이 밤중에 張良 선생을 뵙겠다는 것이오 ? 장량 선생을 만나 뵈려거든 당신의 신분을 밝히시오."
"내가 누구인가는 것은 묻지 말고, 張良 선생에게 <어떤 사람이 급한 일로 만나 뵈러왔다> 고만 전해 주시구려."
項佰은 자신의 이름은 절대로 밝히고 싶지 않았다. 만일 그 비밀이 탄로나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후영은 그럴수록 의심이 깊어져 경비병에게,
"여봐라 ! 아무래도 이者가 수상하다. 혹시 張良 선생을 해치려는 자객인 줄도 모르니 이자를 당장 결박을 지어라 ! "
하고 추상 같은 명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항백은 꼼짝 할 수없이 결박을 당하고 나서 다시 사정하듯 말했다.
"결박을 지어도 좋으니 내가 찾아온 사실을 張良 선생에게 급히 알려 주시오. 시간을 지체하면 장량 선생의 신상에 큰일이 일어나게 되오."
하후영은 그 말을 듣고서야 장량의 숙소로 급히 달려갔다.
그러나 深夜인데도 불구하고 張良은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張良은 이 밤중에 어디로 가고 숙소에 없는 것일까 ?
실상인즉 이날 밤 장량은 잠을 자려고 초저녁부터 자리에 누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날 따라 잠이 오지 않았고, 마음이 까닭없이 심란하였다.
(그것 참 이상하다. 오늘 밤 따라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웬일일까 ?)
장량은 무엇인지 모르게 불안한 예감이 들어 옷을 추스려 입고 밖으로 나와 天文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아 ! "
하고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이유는 동쪽 하늘에 험악한 殺氣가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東方에 무엇 때문에 살기가 저렇게 감돌고 있을까 ? 혹시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누가 기습이라도 해 올 징조가 아닐까 ?)
장량은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 길로 中軍에 들러보니 劉邦도 아직 자지 않고 兵書를 읽고 있다가 張良을 보고 흠칫 놀란다.
"선생은 웬일로 아직까지 주무시지 않고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
張良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잠이 오지 않기에 밖에 나왔던 길에 天文을 살펴보온즉, 웬일인지 東方에 殺氣가 감돌기에 이곳까지 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새삼 놀라며 묻는다.
"동방에 살기가 충만하다고요 .... ? 여기서 東方이라면 어디가 되겠습니까 ?"
"지금 項羽가 秦을 치고 있는 곳이 홍문(鴻門)이온데, 홍문은 우리에게는 동쪽에 해당하는 곳이옵니다."
그러자 劉邦은 더욱 놀라며 묻는다.
"그러면 項羽가 일간 우리에게 기습이라도 해 올 것 같다는 말씀입니까 ?"
"설마 그렇기야 하겠습니까마는, 項羽가 沛公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경계를 튼튼히 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항우는 30만 대군을 거느리고 있어서 그가 쳐들어온다면 우리의 병력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렵겠는데,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소이까 ?"
"당장 쳐들어 오는 것은 아니오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천문을 자세히 살펴보온즉, 살기가 충만한 중에도 한 줄기의 星光이 비쳐 있었으니까, 설사 항우가 기습을 해 오더라도 큰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유방과 장량이 이러한 말을 나누고 있을 바로 그때,
문득 문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누군가가 숨가쁜 소리로,
"軍師께서는 이곳에 와 계시옵니까 ?"
하는 張良을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張良은 방문을 열고 어둠 속을 내다보며,
"이 밤중에 나를 찾아온 사람은 누구요 ?"
"소장, 경비 대장 하후영이옵니다."
하후영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경계선을 넘어와 , 張良을 찾는다는 설명해 주었다.
장량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이 夜深한 때에 나를?.... 아무튼 내가 곧 숙소로 돌아갈테니, 그 사람을 나의 숙소로 데리고 오도록 하시오. "
劉邦이 그 말을 듣고 걱정이되어,
"深夜에 찾아왔다는 정체 불명의 인물을 선생이 직접 만나셔도 되겠습니까 ?"
하고 묻는다.
혹시나 자객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張良의 태도는 태연하였다.
"한밤중에 찾아온 것을 보면 急한 일인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 제가 그 사람을 직접 만나 보고서 沛公께 곧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있노라니, 하후영이 문제의 인물을 데리고 왔는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項佰이 아닌가?
張良이 버선발로 달려나가 項佰을 맞아들이며,
"장군께서 이 밤중에 웬일이시옵니까 ?"
하고 물었다.
項佰은 깊은 밤중에 찾아오게 된 연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나서,
"나는 선생을 求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찾아왔소이다. 내일 밤에 항우의 특공대가 沛公을 생포해 가고자 기습해 올 것이니, 선생은 그들이 오기 전에 나와 함께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십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생의 목숨도 위태롭게 될 것입니다."
하고 말하면서 둘이 함께 도망갈 것을 권유하는 것이었다.
張良은 項佰이 고맙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자신만 살겠다고 沛公을 배신하고 도망갈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張良은 항백의 손을 붙잡고 간곡하게 말했다.
"將軍의 우정은 눈물겹도록 고맙소이다. 그러나 沛公은 韓王으로부터 나를 빌려 온 이후, 지금까지 나에게 극진한 대우를 해 주고계시오. 그런 내가 어찌 그 은혜를 배반하고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 갈 수 있겠소이까? 이왕이면 이 사실을 沛公에게도 알려서 다같이 대책을 세우기로 합시다."
項佰은 그 말을 듣고 기절 초풍할 듯이 놀란다.
"나는 선생을 구하러 온 것이지, 沛公을 求하러 온 것은 아니오. 이 사실을 沛公에게 알리면 내 입장이 어떻게 되겠소이까 ?"
項佰으로서는 당연한 얘기였다.
張良은 할 말이 없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項佰은 애원 하듯 張良을 다시 설득한다.
"선생은 여러 생각 마시고 당장 나와 함께 피신하십시다."
그러나 張良은 굳은 결심을 한 듯 項佰의 손을 힘있게 움켜잡으며 말했다.
"내가 살자고 沛公을 배신할 수는 없소이다. 이왕이면 우리 두 사람이 沛公을 직접 만나 세 사람이 다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그러자 項佰은 더욱 놀라며 묻는다.
"이 사실이 項羽에게 알려지면 나는 죽게 되오. 그런데 어쩌자고 沛公을 만나자고 하는 게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시오. 沛公은 후덕하신 長者이시니, 비밀이 탄로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니 한번 만나 뵙고 함께 상의하기로 합시다."
張良은 項佰을 中軍으로 데려와 劉邦에게 소개하였다.
"이 어른은 항우 장군의 叔父 되시는 項佰 장군이온데, 내일 밤 項羽 장군의 특공대가 우리 陣營을 기습해 올지도 모른다고 일부러 알려 주러 오셨습니다."
劉邦이 그 말을 듣고 項佰을 上座에 모시며 말한다.
"나를 도와주시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부러 찾아오셨다니 참으로 고맙기 그지없소이다. 나는 관중에 들어오자, 秦나라의 궁전과 財物들을 소중하게 관리해 오면서 魯公께서 하루속히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오. 그런데 魯公께서 나에 대하여 무슨 오해를 갖고 계신 모양이니, 장군께서는 그 오해를 풀어 주시도록 진력해 주소서."
項佰은 그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劉邦이 項羽에게 이처럼 호의를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劉邦은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부터 우리가 秦나라 정벌길에 오를 때 楚懷王께서는 함양을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關中王>이 되라고 분부하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魯公은 나의 義兄이시오. 형님께서 關中王이 되기를 원하신다면, 아우인 내가 어찌 그것을 반대할 수가 있으오리까. 장군은 본영에 돌아가시거든 魯公께 그 말씀을 꼭 전해주소서."
劉邦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문득 생각이 난 듯, 항백에게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참, 내가 듣건데 장군께서는 수년 전에 상처(喪妻)를 하시고 아직도 재취(再娶)를 아니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
여기서 項佰은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劉邦이 자기 자신의 신상 문제까지 이렇게 소상히 알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項佰은 검연쩍게 웃으며 대답한다.
"沛公께서 그런 일까지 알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마누라가 죽고난 뒤 아직 독신으로 살고 있사옵니다."
"아직 再娶(재취)를 하시지 않으셨다면 ....."
유방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문득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장량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張良은 劉邦이 무슨 까닭으로 자신을 보고 웃는지 알 수가 없어서,
"저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 계시옵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劉邦은 여전히 웃음을 지으며 張良에게 말한다.
"선생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나에게는 과년한 누이동생이 하나 있지않소 ? 項佰 장군께서 그 애를 後娶(후취)로 데려가 주신다면 나로서는 그처럼 고마운 일이 없겠는데, 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
유방은 항백을 매제로 삼음으로써 그를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들어 버리려는 심산이었다.
너무도 뜻밖의 말에 張良과 項白은 다같이 놀랐다.
張良은 즉석에서 劉邦의 意中을 알아채고,
"그것 참 Good Idea이옵니다. 項佰 장군은 부디 沛公의 妹弟가 되어 주소서."
하고 항백을 향하여 동의를 求한다.
項佰도 내심으로는 크게 감동하고 기뻤다. 劉邦이 자기에게 이처럼 호의를 가지고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項佰은 선뜻 청혼에 응할 수가 없었다.
"실로 고마우신 말씀이오나, 저로서는 그 婚事에 응할 수가 없사옵니다. 魯公과 沛公은 지금 대립 상태에서 智勇을 다투고 있는 형편이온데, 이 판국에 제가 沛公과 인척 관계를 맺게 되면 世論이 크게 분분할 것이옵니다."
그러자 張良이 나서며 말한다.
"그것은 쓸데 없는 걱정이시오 魯公과 沛公은 義兄弟之間이 아니오 ? 게다가 秦나라를 완전히 평정해 버렸으니, 두 분사이에 이제 무슨 문제가 있겠소이까 ?"
劉邦은 項白의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前生부터의 인연이 분명하니 부디 나의 妹弟가 되어 주소서. 그래서 오늘, 本營에 돌아가시거든 魯公께서 나에 대하여 품고 계신 오해를 풀어지도록 애써 주소서."
하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項佰은 이처럼 간곡한 유방의 부탁을 받고보니 거절하기가 매우 난감하였다.
장량이 그런 눈치를 재빠르게 알아채고,
"예로부터 <좋은 일은 서두르라>고 하였으니, 두 분께서는 이자리에서 옷고름을 서로 맺어, 결납의식(結納儀式)을 대신하기로 하시지요"
하며 손수 劉邦과 項佰의 옷고름을 묶어 주었다.
이렇게 혼인의 약속이 성립되고 나니 項佰은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면 나는 이제 바로 돌아가 내일 밤 특공대가 기습해 오지 않도록 魯公을 설득해 보겠소이다.
그 대신 沛公께서는 수일 로에 魯公을 직접 찾아오셔서 오해를 깨끗이 풀도록 하소서."
"근일에 틀림없이 魯公을 찾아뵐 터이니, 부디 오해를 풀게 도와주소서."
劉邦은 그렇게 말하며 項佰을 城門 밖까지 정중하게 전송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