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 列國誌 43

jahun 2021. 5. 17. 22:40

# 列國誌 43

**劉邦과 번쾌 2

방안으로 들어온 顔 랑은 눈을 들어 유방을 슬쩍 바라본 뒤,
"아버님 ! 소녀의 혼담에 대해서는 소녀도 한 말씀 여쭙고 싶은 말씀이 있사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呂文 노인은 딸이 별안간 사랑방에 들어온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아니, 네가 어인일로 여기에 나타났느냐? 그러나, 이왕 들어왔으니 劉君에게 인사 하거라..
여보게 劉君 ! 이 아이가 바로 나의 큰딸 안(顔)일세."
하고 두 사람을 서로 소개시켜 주었다.
劉邦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처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특별히 빼어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미간 사이가 넓은 것이 <보통 처녀>는 아닌 것 같았다.
처녀 顔은 유방에게 머리를 공손히 숙이며 당돌하게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소녀는 아까부터 뒷문 밖에서 두 분의 말씀을 엿듣고 있었사옵니다. 남의 말을 엿듣는 것이
예절에 어긋나는 일임은 알고 있사오나, 소녀의 일생에 관한 婚談이옵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엿들었사오니 그 점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아닙니다. 이야기가 혼담이니, 당사자 본인이 엿들었기로 나무랄 일은 아니지요."
劉邦은 어색한 말투로 대답하였다. 그러나 顔랑은 도도한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계속 말했다.
"이처럼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니 고맙사옵니다.... 劉郞께서 조금전 <지금으로서는 결혼할 수 없는 이유>를 몇가지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그것은 소녀와의 결혼을 거절하기 위한 단순한 핑계가 아니시온지 ? 소녀는 그점을 분명히 알고 싶사옵니다."
顔랑 처녀가 눈썹 한번 까딱하지 않고 야무지게 따지고 드는 바람에 劉邦은 어안이 벙벙해 졌다.
"천만에요. 싫으면 싫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무엇 때문에 핑계를 대가면서 거절하겠소. 다만 지금으로서는 장가갈 수 없는 사정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오. 그 점에 오해가 없기를 바라오."
顔랑은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지 얼굴에 가벼운 희색을 띄며,
"그렇다면 소녀는 안심이옵니다."
하고 밝은 목소리로 수줍은듯 말을 이어갔다.
"安心이라니, 뭐가 안심이란 말이오 ?"
이번에는 劉邦이 물어 보았다.
"그러자 顔랑은 별안간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아까 劉郞께서 말씀하신 사유는 결혼을 못 하실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옵니다."
"학문이 부족하고, 용기가 없고, 처자식을 먹여 살릴 돈이 없는 것이 어째서 결혼을 못 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오 ?"
" ......"
顔랑은 劉邦의 얼굴을 다정한 눈매로 그윽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는다.
옆에서 듣고만 있던 呂文 노인이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딸에게 말했다.
"네가 劉 君에게 첫눈에 반한 모양이로구나. 학문이 없고, 용기가 없는 것이 어째서 결혼 못 할 사유가 되지 않는지, 네가 시원스럽게 대답해 보거라 ! "
劉邦은 처녀의 얼굴을 새삼스러이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보면 볼수록 호감이 가는 얼굴인데다가 성품 또한 활달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면.., (이만한 여자라면 지금이라도...)
劉邦은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학문이 부족하고, 용기가 없고, 돈이 없는 것이 왜 결혼하지 못 할 사유가 되지 않는지, 낭자의 생각을 진솔하게 말씀해 주시오. 참고 삼아 꼭 들어 보고 싶소이다."
하고 말하였다.
顔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劉郞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小女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나이다.
첫째, 지금으로서는 학문이 부족하여 결혼을 못 하시겠다고 하셨으나, 학문이란 것은 평생을 두고 배워도 끝이 없는 것이온바, 따라서 학문을 연구하기 위하여 일생을 독신으로 살아가신다면 몰라도 어차피 결혼을 하실거면 지금 하시나 2 ~3년 후에 하시나 마찬가지 일이 될 것이옵니다.
劉邦은 그 말을 듣고 顔랑의 명석한 사리 판단에 크게 놀랐다.
"듣고 보니 과연 그렇군요. 그렇다면 용기도 없고 돈도 없는데 그것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劉랑께서 용기가 없는 것도 결혼을 할 수 없는 사유라고 하셨습니다만, 勇氣라는 것은 어떤 일에 부딪쳐야 용솟음쳐 오르는 것이지, 아무런 일도 없을 때에 솟아나는 것은 아니옵니다.
그리고 세번째, 돈이 없어 결혼을 못 하겠노라고 말씀하셨으나, 돈이라는 것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겨나는 것이옵니다. 지금은 비록 한푼 없는 처지라 하여도, 두 사람이 결혼 후에 힘을 모아 노력한다면 천하를 내것으로 만들 수도 있는 일인데, 지금 당장 돈이 없는 것이 무슨 허물이 되겠나이까?"
"예 ?
두 사람이 결혼 후에 힘을 모아 노력하면 천하를 내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구요 ?"
劉邦은 顔랑의 女장부 다운 포부를 본 것 같아서 크게 놀라며 반문하였다.
呂文은 이때다 싶어서, 얼른 대답을 가로막고 나섰다.
"이 사람아 ! 나는 자네가 帝王之相을 타고난 인물이라고 이미 말한 바가 있지만, 이제사 말이지, 내 딸 역시 자네 못지 않은 帝王之相을 타고난 아이라네 ! 그러니까 내 딸과 결혼하면 자네는 틀림없이 帝王이 될 걸세 ! "
劉邦은 그 소리에 또 한 번 놀라며 묻는다.
"따님께서도 저와 똑같이 帝王之相을 타고난 여인이라는 말씀입니까 ?"
"그렇다네 ! 그래서 두 사람은 하늘이 정해주신 배필이란 뜻일세! 그러니 자네는 내 권유대로 내 딸과 결혼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 된다는 것이야 ! "
"좋습니다. 顔랑같이 훌륭한 처자를 제가 어찌 싫다고 하겠습니까?"
이리하여 이날 두 사람은 즉석에서 약혼을 하게 되었는데, 이날의 예비신부 顔랑이야 말로 후일 '呂太后'로써 天下를 주름잡은 바로 그 여인인 것이다.
劉邦과 顔랑의 약혼이 성립되자, 여문은 즉석에서 축하연을 베풀었다. 그리하여 술이 몇 순배 돌아갔을 바로 그때, 문득 대문 밖에서 몹시 큰 소리가 나는데...
"이 댁이 呂文 선생님 宅입니까 ?"
하고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呂文이 일어나 나가 보니 대문 밖에는 키가 구 척이나 되고 얼굴이 시커먼 수염으로 뒤덮여 있는 몹시 험상궂게 생긴 젊은이 하나가 떡 버티고 서 있었다.
呂文이 觀相을 보니, 얼굴은 비록 험상궂게 생겼어도 예사 인물이 아니었다.
"내가 呂文인데 무슨 일로 내 집에 찾아왔는가 ?"
呂文이 묻자, 예의 그 청년은 머리를 꾸벅해 보이고 나서
저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는 <번쾌>라는 놈입니다. 劉邦이라는 어른이 이 댁에 계시다기에, 그 분을 찾아 뵈려고 찾아 왔습니다. 劉 大人이 이 댁에 계시거든 잠깐 만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첫인상은 험상궂게 보이지만 觀相學상으로는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 틀림 없었다.
"劉邦을 만나게 해 줄 테니 나를 따라 들어오게."
번쾌는 여문을 따라 들어와 유방을 만나자, 방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말한다.
"劉 大人께 인사 올리겠습니다. 저는 이 지방에 살고 있는 <번쾌>라는 놈입니다. 하는 일은 비록
개백정 노릇을 해서 먹고 살고 있으나, 나라를 일으켜 보려는 큰 뜻을 품은 유 대인을 찾아 뵈러 왔사옵니다."
유방은 번쾌의 손을 덥석 붙잡아 일으켜 앉히면서 말한다.
"오오! 이 지방에 번쾌라는 志士가 있다는 소문을 진작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구려. 나를 일부러 찾아와 주셨다니 정말 고맙소이다."
그러자 번쾌는 감격한 듯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평소에 흠모해 오던 유 대인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다시 없는 영광입니다. 유 대인께서는 혹시 陳勝과 吳廣의 무리가 진시황에게 등을 돌리고 楚國 재건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실을 알고 계시옵니까 ?"
유방은 웃으면서 대답한다.
"내가 어찌 그것을 모를 리가 있겠소. 내 비록 겉으로는 주정뱅이 행세를 해오고 있소만, 진승과 오광의 반란 사건뿐만 아니라, 진시황 사후의 전국 각지의 영웅 호걸들의 出返사실도 모두 알고 있다오."
"그러한 사실들을 속속들이 알고 계신다면, 유 대인께서는 어찌 아직도 세월을 허송하고 계시옵니까 ?"
번쾌의 질책은 은근히 신랄하였다.
"허송 세월이라! .... 하하하."
유방은 혼잣말 처럼 중얼거리다가 통쾌하게 웃으며, 번쾌에게 술을 권하며 말했다.
"급히 마시는 물도 체하는 법이오. 매사에 때가 있는 것인데, 때도 오기전에 서두르는 것은 도로 무공(徒勞無功)이 되기 십상이라...나는 오랫동안 술과 계집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오."
번쾌는 그제서야 劉邦의 참뜻을 알아본 듯 말했다.
"劉 大人의 큰 뜻을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중을 기하다가는 때를 놓쳐 버릴 우려도 있을 것이니, 秦始皇이 죽어 천하의 주인이 없어진 이 때가 유 대인께서 일어나실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劉 大人께서 일어나신다면 저도 犬馬之勞를 다할 터이오니 천하 대세를 속히 도모하도록
하소서."
"고맙소이다. 그렇지않아도 진작부터 同生共死할 동지들을 은밀히 규합해오고 있던 중이오. 그런데 貴公이 이렇게 불시에 찾아와 나의 잠을 깨워 일으켜 주니, 나도 이제는 마음을 새로이 다잡을 생각이오.
자, 그런 의미에서 한 잔 씩 듭시다."
유방은 번쾌에게 술잔을 권하며 말했다.
"오늘은 나에게 두 가지의 커다란 경사가 있는 날이오. 오늘이야말로 나에게는 다시없는 大 吉日인가 보오."
"두 가지의 경사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
"첫째는, 貴公 같은 믿음직스러운 동지를 만난 것이고, 둘째는 佳人을 만나 百年之契를 약속 하게 된 것이오."
번쾌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니 그럼, 劉 大人께서는 오늘 약혼을 하셨다는 말씀입니까 ?"
"그렇소이다. 이 어른이 바로 나의 장인 어른이시오. 어서 인사드리시오."
그때까지 입을 묵묵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呂文이 별안간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장부와 대장부의 만남을 보니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것만 같네 그려. 자네들 같은 두 사람이 뜻을 같이 한다면, 무슨 일인들 이루어 놓지 못할 것인가 ? 그런데 번쾌 자네에게 請이 하나 있네."
"어르신께서 저에게 請이라니요..? "
"다름아니고, 나에게 딸이 둘이 있는데, 큰아이는 劉邦과 약혼을 했으니 작은 아이를 번쾌 자네가 맡아 주었으면 하네."
"저는 '개백정'이라고 불리는 賤한 몸입니다. 그러한 저에게 어찌 貴한 따님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밑바닥 세상을 모르는 사람은 만인의 친구가 될 수 없는 법일세. 여러 말 말고 내 딸을 맡아 주게."
呂文의 결정에 劉邦도 크게 기뻐하며 번쾌에게 장가 들 것을 권하는 바람에 번쾌는 즉석에서 呂文노인의 둘째 사위가 되기로 결정하였다.
이리하여 장차 천하 대사를 도모할 유방과 번쾌는 同壻之間이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