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書藝

漢詩와 書藝 / 花開洞 - 孤雲先生

jahun 2019. 6. 10. 19:40


花開洞-孤雲先生

萬壑雷聲起 (만학뢰성기)    많은 골짜기에 우뢰소리 일어나고 

千峰雨色新 (천봉우색신)    천 봉우리에 비 색이 새롭네 

山僧忘歲月 (산승망세월)    산속의 중은 세월을 잊고

唯記葉間春 (유기엽간춘)    오직 나무잎으로 봄을 기억하네.  


화개동 계곡(花開洞 溪谷)

위상(位相)

쌍계사(雙磎寺)와 칠불사(七佛寺)를 끼고 있는 이 골짜기는 겨울에도 칡꽃[갈화(葛花)]이 핀다고 하여 화개동천(花開洞天)’이라 불리다가 화개(花開)’로 불리게 된 곳으로, 계곡의 초입에 위치한 벚꽃나무 십리길[실제로는 6가량 되기 때문에 시오리길임]은 우리나라 최고(最高)의 벚꽃 길로서 4월 초순경부터 벚꽃 터널을 이루기 시작해 해마다 수많은 상춘객을 끌어 모으고 있음

한편, 이 계곡은 벚꽃이 지고나면 하얀 배꽃이 마치 벚꽃을 비웃기라도 하듯 장관(壯觀)을 이루고, 다시 배꽃이 지는 5월 초쯤에는 이번에는 화개천변을 따라 흔히 수달래라 불리는 철쭉들이 만개(滿開)하기 시작하는데, 이처럼 이곳의 봄은 화사한 꽃의 향연(饗宴)을 잠시도 쉬지 않고 두어 달 가량 계속 이어나가고 있음

이곳은 신라(新羅) 선덕여왕(善德女王 : 재위 632646) 때 처음으로 중국(中國)에서 들어온 ()’의 시배지(始培地)이기도 한데, 화개협(花開峽)을 따라 화개장터에서 신흥까지의 12에 걸친 운수리 일대는 우리나라 최대(最大)의 야생(野生) 차밭으로 예로부터 이름나 있어 1983경남 기념물(慶南 記念物) 61로 지정된 죽로차(竹露茶)’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음

 

고운 최치원 (孤雲 崔致遠 : 857?)과의 인연

특히 이곳은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의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한데, 조선(朝鮮) 선조(宣祖) 24(1590)의 어느 날, 산사(山寺)를 찾아가던 한 노승(老僧)이 첩첩산중(疊疊山中)의 지리산(智異山) 골짜기를 헤매다가 바위 틈에서 여러 권의 책을 발견했으며, 이상하게 생각한 노승(老僧)이 그 중 한 권을 뒤적이다가 문득 고운(孤雲)의 정교한 필적(筆跡)으로 씌어진 시() 18()를 보고는 깜짝 놀라게 됐고, 이 책은 당시 구례현감(求禮縣監)이었던 민대륜(閔大倫)에게 넘어갔다가 다시 지봉 이수광(芝峯 李睟光 : 15631628)에게 보내어져 고운(孤雲)의 작품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는데, 그 시()들이화개동시(花開洞詩)로 알려진 바로 다음의 작품(作品)으로 현재는 8()만이 남아 전해오고 있음

    

화개동시(花開洞詩)

東國花開洞(동국화개동)동쪽 나라 화개동은 

壺中別有天(호중별유천)병 속의 별천지라

仙人推玉枕(선인추옥침)신선이 옥베개를 밀어 깨어보니 

身世焂千年(신세숙천년)순식간에 천년이 되었도다. 


萬壑雷聲地(만학뢰성지)일만 골짜기엔 우렛소리 울리고

千峯雨色新(천봉우색신)일천 봉우리엔 비 맞은 초목 새로워

山僧忘歲月(산승망세월)산승(山僧)은 세월을 잊고 

惟記葉間春(유기엽간춘) 나뭇잎으로 봄을 기억하네

 

雨餘多竹色(우여다죽색)비 뒤의 대빛이 고와 

移坐白雲間(이좌백운간)자리를 흰 구름 사이로 옮기고

寂寂因忘我(적적인망아)적막해 나를 잊었는데 

松風枕上來(송풍침상래)솔바람이 베개 위에 스치네

 

春來花滿地(춘래화만지)봄에는 꽃이 땅에 가득하고 

秋去葉飛天(추거엽비천)가을엔 낙엽이 하늘을 덮었는데 

至道離文字(지도이문자)지극한 도()는 문자(文字)를 여의고 

元來是目前(원래시목전)원래 눈앞에 있다네

 

澗月初生處(간월초생처)시냇달 처음 나는 곳

松風不動時(송풍부동시)솔바람이 움직이지 않을 때

子規聲入耳(자규성입이)소쩍새 소리 귀에 들리니 

幽興自應知(유흥자응지)그윽한 흥취 알 수 있으리

 

擬說林泉興(의설림천흥)산중의 흥취, 말은 들었다지만 

何人識此機(하인식차기)어느 사람이 이 기틀을 알리

無心見月色(무심견월색)무심코 달빛 보며 

黙黙坐忘機(묵묵좌망기)묵묵히 앉아 기틀을 잊었네

 

密旨何勞說(밀지하로설)진리를 말할 것 있나

江澄月影通(강징월영통)강이 맑으니 달 그림자 통하고

長風生前壑(장풍생전학)긴 바람은 앞 골짜기에 불며

赤葉秋山空(적엽추산공)단풍 물든 가을 산은 비었네 

 

松上靑蘿結(송상청라결)소나무 위엔 담쟁이 덩쿨 얽혔고 

澗中流白月간중류백월)시내 가운데는 흰 달이 흐르는데

石川吼一聲(석천후일성)절벽 위엔 폭포 소리 웅장하고 

萬壑多飛雪(만학다비설)온 골짜기엔 눈이 날리는 듯하네.

 

화개재[해발 1,360m)]

이 계곡에는 선유동단천골대성골연동골빗점골범와골 등 크고 작은 지곡(支谷)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이며, 또한 화개천(花開川)을 따라 계곡을 끝까지 오르면 나타나는 화개재[해발 1,360m)]’는 천왕봉노고단의 지리산 주능선 가운데 해발 고도가 가장 낮아 마치 개미의 허리 같은 모습을 한 고개로, ‘높은 메의 고개란 뜻의 한자어(漢字語)()’이나 치()가 아닌 순우리말 라는 이름이 붙은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도 더 정겹게 느껴짐

화개재란 이름은 이 고개에서 남쪽으로 화개골이 한 눈에 바라보인 것에서 연유한다지만, 배로 날라 와 화개장터에 뿌려놓은 소금가마니와 해산물 등이 이곳을 넘어 남원(南原) 내륙으로 운반되었고, 또 북쪽에서는 삼베를 비롯한 기타 농산물들이 화개장터로 날라졌기 때문에 그 중심지였던 화개장터에서 그 이름을 딴 것으로 보임    

 

등산로

칠불사(七佛寺)에서 종주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화개천 상류에 위치한 신흥 마을에서 출발해 각각 토끼봉[해발 1,533m]화개재삼도봉(三道峰 : 해발 1,550m)으로 오르는 3개 코스를 들 수 있음

먼저 수각범왕리 본마을헬기장을 거쳐 오르는 토끼봉 능선 코스는 단풍 능선이라 불러야 할 만큼 능선 전체가 온통 단풍나무로 이루어진 지리산 최대의 단풍 군락지로서 이곳의 단풍터널의 장관은 지리산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단연 독보적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 코스는 지리산 최고의 가을산행 코스로 손꼽히고 있지만 반달가슴곰 보호 조치로 인해 20012월부터 폐쇄되었음     

화개재와 삼도봉 코스는 모두 목통 마을스님소 등 화개천을 따라 연동골을 올라오다가 중간에 갈라지는 곳에서 화개재는 계속 화개천을 따라 오르면 되고, 삼도봉은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경남(慶南)과 전남(全南)의 경계를 이루는 불무장등(不無長嶝) 능선을 따라 오르는 코스임

글쓴이 : 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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